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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Just A Moments

10. 정이진과 정해진의, 낮잠자기 좋은 오후 2시 2분.





 이진은, 상당히 재미없는 남자여서 상냥하게밖엔 안아주지 않는다.

 …말인데,
 어.

 장소는 좁고 삐걱거리는 이진의 침대. 휴일 오후, 긴 창문을 통해 해가 드는 오후 두 시ㅡ정확히는 시트에서 일어난 희미한 먼지가 부옇게 빛날 때. 멍하니 보고 있으면 잠이 올 것 같은 평온한 공기와, 정말 먼지같이 푸석푸석한 목소리를 내며 먼저 씻으러 가겠다고 일어나는 이진. …이진.
 이진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지만, 해진은 그런 풍경 하나하나에 나름대로의 애착을 갖고 있다. 오랜만의 일은 아니었지만ㅡ될 수가 없지만ㅡ, 늘상 신선하니까 질릴 수가 없다…라고.

 마음에 안 들어.
 …? 뭐가.

 이진이 몸을 일으키느라, 함께 덮고 있던 침대시트가 천박하게 부스럭거렸다. 그 덕분에 어두웠던 시야에도 빛이 들었기에, 해진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하얗게 공기가 으스러진다. 이진은 무심하게 손을 뻗어 공기 중의 먼지를 흩어버리며 말했다.

 나는, 물론 선배를 좋아하지만…

 협탁에 놓여있던 담배를 찾는 소리, 라이터를 집어드는 소리, 나직하게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이진의 숨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 해진은 이유없이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고, 졸음이 오던 눈으로 그 등을 가만 올려다본다.

 …그래서?

 그게 왜? 가 더 좋았을까 생각하기도 전에, 이진은 고개를 돌려 해진을 힐긋 내려다보았다.

 선배는 조금 더 불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알고 있던 눈이 아니었다고, 해진은 잠시 감탄했다.
 잘도, 그런 말을 하면서 분명 웃고 있었다.

 그런데 선밴 나랑 있어서, ㅡ행복하니까.

 느슨하게 호를 그리면서, 그 입술은 달싹였다. 특유의 억양이 조용하고 무미했던 탓일까, 꼭이나 진실을 말하고 있단 인상을 받았다. 해진은 비웃거나 부정해야 했을 부분을 지나쳐버렸음을 깨달았지만, 그저 눈꼬리를 휘었다.

 그래서, 불만이란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보고 있던 이진의 눈이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다정했기 때문이다.
 이진은 잠시 말이 없다가, 왼손에 끼워져있던 담배를 들어보였다. ㅡ아니, 나 담배도 있는데.

 …….
 지금은 웃을 타이밍 아냐?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눈이 유독 사랑스러워, 해진은 쿡, 하고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 달려들면, 이진의 목소리가 조금 갈라지면서ㅡ잠깐 기다려, 시트에 재 떨어진다고 내가 몇 번이나ㅡ안온했던 공기 중엔 한바탕 먼지가 인다.

 하얗게, 빛난다.

 …아,
 왜?
 선배는 질리지도 않나봐.

 …? 왜 웃는데,

 ㅡ이진은, 상당히 재미없는 남자여서 이렇게밖엔 해진을 미워하지 못한다.






In Fob Chain Messenger 8.0* : Written by Appeal
내 맘대로 이상한 패러렐. 굳이 갖다붙이자면 수학과 풍의 연하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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