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군,"
멀찌감치 떨어진 뒷편의 침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교연은 돌아보지도 않고 그의 웃는 얼굴을 시야에 넣는다. 그것은 환각에 가깝지만,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현실의 그와 그리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아름답다는 통속적인 관형사마저도 싫을 만큼 어울리는 얼굴이다.
"……왜."
그런 감각은 구부러지는 척추의 뼈마디마다 살얼음을 끼워넣은 듯한 시린 맛이 나서, 의식하지 않으면 어깨가 움찔거릴 때가 있다. [윤 형수께서도 군을 연, 이라고만 부르지 않습니까.] 라고 물었던, 지극히 정중하고 조심스러웠던ㅡ하지만 거절당하지 않을 거란 확신에 차 있던ㅡ눈이 떠올랐던 탓도 조금은 있었다. 사실,
──
의겸은 딱히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아니, 그가 욕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작고 당연한 것들이어서 꼭 욕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어머니와 여동생의 행복, 형의 웃음, 가족의 화목,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다던가 사랑받고 싶다던가, 겨우그런 정도의. 겨우 그런 정도의.
그에게, 연인에게 이름을 불리고 싶다는 희망은 너무 컸을까, 그런 것에 대해 교연은 알지 못한다.
"…군?"
"……아."
미안, 뱉기는커녕 생각하기도 전에 시선을 뒤로 하면,노트북에 시선을둔 채의 의겸이 한숨처럼 웃고 있었다.미안, 떠올랐던 말을 작게 뱉었다. 부드럽게 꾸짖는 듯한입술이ㅡ아마도 방금 전에 말했던 것을 거의 그대로 반복해서ㅡ또박또박 달싹이기 시작한다.
"모처럼이니, 저녁은 같이나가서먹는게 어떨까 해서."
이미 시야에 들어찼던 그의 웃는 모양에는 비하기 힘들만큼 분명하고 곧은 음색이었다.
"…아아,"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는 사실은 고개를 끄덕이고도 한참 뒤에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