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동거인이 네 살, 다섯 살, 하고 아이 취급ㅡ이라지만 사실은 그만큼 어린애를 질색하는 사람도없다ㅡ을 한다던가, 성별이란 인간의 생리적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듯한 마누라, 같은 호칭을 쓴다지만, 은형에게 통금시간 같은 것은 없다. 모쪼록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는 1로 시작하고,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만큼은 나이를 먹은 것이다.
"늦어."
그러니까, 은형에게 '늦은 귀가'란 단어는 '동거인ㅡ지한ㅡ의 불규칙한 귀가시간보다 은형이 늦었을 때'를 축약한 단어와 일맥상통한다. 말인 즉슨, 그를 홀로 기다리게 했다면 너무 늦게 들어온 것이다. 같은 풀이방식으로, 문을 열었을 때 그가 없다면 그것은 언제라도 이른 귀가가 된다. 물론 지한도 은형도 이렇게 그렇게 정한 적은 없다. 그런 것은, 그냥 그런 것이다.
아, 혹 읽고 있는 당신들 중 누군가, 겨우 그런 정도로 무슨, 이라고 생각할 마음이라면 당장 접기를 바란다. 어느 쪽이라도 모조리 전부, 질려서 힘껏 끌어안아버리고 싶을 만큼 진지하니 말이다.
"아……미안해 지한 씨, 오는 길에ㅡ"
"됐어."
"ㅡ많이 기다렸어?"
"됐으니까,"
그의, 은형의 부재에 한해 누르기 힘들어하는 불쾌라던가.
은형의, 그의 불쾌함에 한해 정리하기를 포기한 이해라던가.
벌린 양 팔과, 떠안기듯 무너지는 체중도, 아, 물론ㅡ
"──다녀왔어, 지한 씨."
하다못해 그의, 성과 이름을 붙여 읽으면 두꺼운 안경마저 유치해지는 듯한 이름마저.
"나도."
한껏 진지하고 또ㅡ유치하게라고 읽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라ㅡ진지하게, 연애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