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해의 목소리가 이불 너머에서 훌쩍거리고 있었기에, 지민은 조금 기분이 나빴다.
저 어린애는 언제나 저런 식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알고, 지옥에서 살아나왔다고 믿어버렸다면 왜 지옥을 생각할까, 빠져나와 살고 있는 이 곳을 천국처럼 여기고 행복해질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지민은 그런 생각을 위해 에너지를 소모해 분노할 만큼 지해를 전심전력으로 좋
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기 때문에.그저, 멋모르는 사람들이 휠체어를 탄 어린 아이를 보면서 저 사람은 참 불쌍하겠구나, 하고 동정해버리는 것과 같은,
그냥 그저 그런 것을 보고 들었기 때문에 기분이 찝찝하게 무거워지는 종류의, 그런 철없는 것이다.
가여운 지해.
태양이 아니라 햇님이어서 동글동글한 달팽이집 모양의 빨간 곡선밖에 되지 못하는 지해.
그 자라지도 제대로 구겨지지도 못한 햇님에게는 이천만원이라는 애매한 가격표가 붙어있다.
사실 지민은,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구보다도 지해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진 선배는 동생을 염두에 두지 않는 방법으로 사랑하니까, 라고 지민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지민은 몸을 웅크린다. 한영
이라면 저런 아이라도 솜씨좋게 달랬지 않을까, 생각했다.지해는
아이다. 하지만 영리한 아이니까, 지민이 안아 달래지않으면 곧 조용히 잠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