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게 어디가 좋아, 라고 물어도 딱히 어떤 점이라고 대답은 할 수 없지만.
불빛이 나는 스위치 같은 것은 그 몸의 어디에도 없다ㅡ그것은 이진 자신이 해진보다 자신할 수 있다ㅡ. 하지만 은색으로 빛나는 스위치 두 개를 가진볼펜보다, 스위치도 건전지도 하나없이 눈 앞에서 깜빡이고 움직이고 체온을 띄고, 혼자인 게 당연했던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볼펜, 고마워」
선배를 더좋아해.
속삭이면, 해진은 당연하지, 하면서도 기쁜 듯이 웃었다.
감히 그를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면, 가장 놀랍고 소중한 선물이리라. 하지만 그는 선물 같은 것이 아니다. 이진의 것이 아닌 것이다.
선배도 내 꺼였음 좋을텐데. 이진은 무심코 잊을 바람을 담아 중얼거렸다. 장난감처럼 불빛을 뿜던 천 원짜리 볼펜 따위보다는차라리따뜻하고, 배는 사랑스러운 이가 품에 매달려있었다. 누구보다도 그 말을 가까이에서 들었을 해진은 그저 이진의 몸에 뺨을 대왔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졸린가보다, 생각하면서 머리를 쓰다듬고 있자면, 해진의 목소리가 잠꼬대처럼 울었다.
「괜찮아.」
이해할 수 없는 수학문제의 해설지처럼, 해진은 간결하게 속삭여왔다. 대신에,
「……ㅡ니까.」
네가 내 꺼니까.
당연한 말이기에, 이진은 아아, 그렇네, 하고 성실히 고개를 끄덕이고, 매달려오는 몸에 바짝 끌어안겼다. 체온인 마냥졸음이 전해졌다. 눈을 감으면, 목을 죄이듯이 감던 팔이 조금 느슨해지고, 사랑하는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힘없이 쥐었다 놓고, 소리없이 쓸어주었다. 기뻐해도 좋을 감각에 영문을 모르고, 이진은 조금 슬퍼진다. 눈을 감자, 볼펜의 불빛이 잔상처럼 녹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ㅡ그러고보니, 선배한테 잘 자라고 인사를 했던가?
연인에게 처음으로 받은 선물은 아마 쇼파 아래에 구르듯 놓여있을 것이다. 이 잠에서 깨어나면,한 숨도 헤메지 않고 주워야겠다.어딘가 해진이 모를ㅡ혹은 모른 척 해줄 곳에두고, 고이고이 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