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색은 희지도 검지도 않고,
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고,
심기는 가라앉아있지도 떠있지도않고.
[ㅡ지잉ㅡ]
불빛을 받으면 반짝인다.
[ㅡ달칵,]
"나 왔어."
그것이 지한이 은형에 대해 내렸던 쓸모없는 감상이었다. 어둡고 밝고, 격하고 차분하고, 무례하고 공손하고, 마르고 강하고, 약하고 질기고, 구차할 정도로 가엾고, 우스운. 그리고 지금 그가 그에게 내리는, 감상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은ㅡ그러니까 감상 따위가 아닌ㅡ정의라는 것은, 연인이라는 조심스러울 리 없는 단어다. 당연한 것이다.
"…으응, 왔어?"
"……."
"……음? 무슨 일 있었어?"
왜 그 '연인'에게 짜증이 났을까?
"…응?"
쇼파와 대화를 시도하기라도 한 마냥 늘어져있던 은형의 몸은 튕기듯이 일으켜져, 지한이 내민 쇼핑백을 받아들었다. 이어지는 것은 코트, 수트자켓, 넥타ㅡ이거 잘 안 풀리네,ㅡ이. 현관 앞에서 벨트까지 풀어버릴모양으로 보였는지 제법 부피가 있는 짐을 안아들고 한 자리에서 더 줄 거면 줘 보란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무거우려나, 생각하다가 어차피 자신이 지고 왔던 것이니 그리 무겁진 않겠다 싶어 시선을 거뒀다. 물론 벨트에 닿았던 손가락도.
"뭐야?"
그러니까 요는 그것이다. 짜증이 났다는 것.
"뭐가,"
"이거."
그래서ㅡ인지 그냥 습관인지는 알 수 없다ㅡ 지한은 쇼파에 적당히 걸터앉았다.
"'이거'가 뭔데."
"쇼핑백이겠죠, 진 지한 씨."
"무슨,"
높은 목의 높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쇼파 덕에 벽에 머리를 기대면, 은형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침실에서내팽개치듯 맡긴 것들을 옷장 속에 쑤셔넣는ㅡ건 아니겠지만ㅡ소리가 들려온다.지금나한테 맡긴 거!벽에 가로막혀, 은형의 경쾌하지도 암울하지도 않은 목소리는 조금 멀리서 울렸다. 열어보면 되잖아. ㅡ에, 그리고 마지막 감탄사는 벽의 검열없이 가까이에서 울린다.
"초콜릿인데?"
왜 짜증이 났더라?
"그래."
지한은 생각을 마무리하는 것을 그만두고, 손을 까닥였다. 와륵, 과 흡사한 쇼핑백 속의 내용물이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연인이 안겨든다ㅡ품 속으로.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과외님 강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