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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비맞고 청승/ㅋ

 …어째서일까, 정신이 들었다.

 해진은 시야가 흐린 것이 밤이기 때문인지, 혹은 졸리기 때문인지ㅡ그것도 아니면 죽어가고 있어서인지를 깨닫지 못했다. 한없이 이성적이었음에도, 괴롭도록 가슴이 답답했다. 죽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놀라지도 못했다. …갑작스러운 게 아냐, 해진은 생각했다.

 왜?

 아무도 놀라지 않아, 해진은 생각했다. 상처받지 않아, 해진은 생각했다. 해경을 떠올렸다. 시집은 가야할텐데, 해진은 생각했다. 차례차례, 기억에 없는 부모의 얼굴을 제치고 해윤과 해나를 떠올렸다. 이미 떠난 은사의 얼굴이 지나갔는지 어땠는지는 확신이 없었다.

 다만 답은 떠올랐다.

 외롭지 않아, 그런 것은 전부 거짓말이다. 외롭지 않아, 외로워, 외롭지 않아, 외롭지, 이진아,ㅡ그리고 이진을 떠올렸다. 사실은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인지도 몰랐다. 아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니까, 힘이 빠져나가는 감각만이 이질적일 만큼이나 생생했다. 그래,

 …….

 약속한 시간은 저주처럼 그에게서 자신을 앗아가리라.

 가엾은 녀석,

 글자 그대로 죽을 힘까지 짜내서, 해진은 이진의 품에서 떨어졌다. 떨어져나갔다.그랬던 것 같은데, 손은 힘겹게도 이진의 옷을 움켜쥐었다. 그러안았다. 거짓말처럼 따뜻한 몸이 싫었다. 그 몸을 사랑했다. 그 몸을 지배하는, 그리고 자신이 지배했던 그 정신과 혼과 령, 그딴 것까지도. 꼭이나 식물같던 몸짓 하나하나, 초식동물처럼 유순한 표정 하나하나, 나직한 목소리, 긴 손가락, 따뜻하고, 뜨겁고, 울 것같았던, 그런 것들, 그런 것들, 그런 모든, 모든 것들을.

 미안해,

 해진은 울고 싶다고 생각했다.

 미안해,

 그랬기에 웃었다.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뜰 수는 없을 것이다.

 미안해,

 다시 이진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다.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사랑했다고 믿었다.

 사랑하지 않았다.

 너무 잘 알았다.

 그에게는 자신이 전부다.

 그는 모든 것을 잃으리라.

 모든 것을 잃는 건 자신도 마찬가지다.

 사랑했다.

 가엾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안해,

 이진아,

 제발,

 슬퍼해,

 제발,

 울어,

 제발,

 나를 그리워 해, 보고 싶어 해, 죽도록 내 이름을 불러, 목이 메도록 울어, 아이처럼 엉엉 울어, 외로워 해, 불행해져, 날 생각해, 생각해, 나를, 기억해, 잊지,

 …마,

 ㅡ제발,

 해진은 울지 않았다.

기루제라고 하면 되려나/ㅋ

무튼 결과물은 부끄러우니 올F처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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