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허구의 애매한 서화

피 내리는 날



 ㅡ에스틴느.
 노랫소리처럼 흩날리는 것은 피비린내였다.

 마녀였던 어머니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딸이 딸을 잃는 시간이 흐르도록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딸을 사랑하긴 했나? 어째서 돌아오지 않아? 엄마? 아니, 어째서 죽었어? 나의 아기. 나의 딸. 딸을 살리려 이어져있던 탯줄은 딸의 목을 졸랐다. 엄마…….

 엄마ㅡ라고,
 뻐끔거려야 했을 그 작은 입술을 떠올리면 삼킬 눈물마저 죄악같았다.

 죄를 용서해줄 이 없는 죄악이기에 에스틴느는 잊기로 했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ㅡ엄마. 엄마…….

 ──에스틴느?
 "ㅡ마담?"

 돌아보면, 아니, 눈을 뜨면, 익숙한 얼굴 하나가 어깨를 잡고 있었다.

 "그러니까……저, 청소를 해야 하니까요. 비켜주셨으면 해서요."
 "아아. 네."

  정신을 차려보면, 익숙한 얼굴의 뒤로 익숙한 서점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홀로. 혹은 아이와. 혹은 남편과. 아니, 눈 앞의 이는 그저 서점의 점원이다. 졸려. 졸려. 아파. 졸려. 아파. 어머니는 어딘가에 있고, 혹은 어디에도 없고, 아버지는 하이스쿨에, 혹은 다른 어딘가에있으리라. 에스틴느는 혼자가 아니었지만 혼자인지도 모른다. 그랬던가? 그랬나?
 그건 그렇다고 치자. 에스틴느는 평정을 되찾았다고 잠시 착각했다. 그녀는 아직 졸렸다.

 아이를 갖자. 아파. 아빠와 엄마가 되자. 졸려. 부부가 되자. 사랑하자. 졸린데. 사랑하자. 사랑하자.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비틀거리지도 꾸벅거리지도 않고, 에스틴느는 점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점을 빠져나왔다. 센티멘탈? 생리통? 아니, 졸음? 그런 단어를 떠올렸다가 일전에 읽었던 책을 떠올렸다.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와 좋은 요리사와, 그 요리를 담을 좋은 그릇이 만나야……지금 이게 무슨 상관이지.
 담겨있던 공기 속에서 벗어났음에도 한 번 환각처럼 코끝을 괴롭히기 시작한 피비린내는 쉽게 멀어지지 않았다. 졸려. 생각했다. 멀어. 생각했다. 뭐가? 고민하다가, 문득 복통을 느끼고 의자에 의지하듯 주저앉았다. 졸려. 서점과 서점 앞의 풍경을 한꺼번에 눈에 담을 수 있는 각도에 서점 주인이 놓아준 의자였다, 에스틴느의. 친절에 감사하는 동안 행인 둘이 나란히 지나갔다. 웃고 있었다. 아팠다.

 웃을 수 있다니, 난 이렇게 배가 아픈데? 아.

 신께서는, 모든 것을 앗아가신 듯 했지만 에스틴느 샤누아네스만은 에스틴느 샤누아네스에게 남겨두셨다. 그렇기에 피가 흐르는 자궁을 뱃 속에 품고, 그랬기에 시려오는 것을 감싸쥘 수 있다.
 그 때 길을 가던 누군가는, 백은발의 미망인이 배 위에 손을 얹은 채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있는 풍경의 위를 흘러갔다. 흘러가는 동안 그 모양을 잊었을 것이다. 에스틴느 역시 그랬을 것이다.





Le Rouge Et Le Noir:
생리중.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