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이진이 눈을 뜬 것은 하늘이 밝아져 새벽이 되었을 즈음이었다. 숙취마냥 눈 근처에 어린 잠 기운을 천천히깜빡여밀어내면서, 어째서일까모를 위화감을 느끼고, 원인에 대해 멍하니 생각했다. 시력이 돌아오는 것은 빨랐고, 하얀 천장의 물결무늬를 어렴풋이 식별할 수 있을 때서야 이진은 위화감의 원인을 깨달았다.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있어야 할 팔이 없었던 것이다.
선배가 웬일이지.
이진은, 곁에 누워있는 이를 보기 위해 어깨를 세워 모로 돌아누웠다. 그랬을 뿐인데 더 깊은 곳에 내재한 위화감의 원인을 깨달았다.
15년째 몸을 섞어온연인은 천장을 보고 잠들어있었다. 평소에도 이따금씩 넋을 놓고 쳐다보게 되는 그 깔끔한 얼굴의 옆선에는 언제나, 한결처럼, 미동도 없이아름답고, 숨소리조차 없었다. 이진은 문득 눈이 아프다고 생각하면서 그 뺨에 손을 댔다. 서늘한 그의 뺨, 온도가 높은 자신의 손. 그런 것은 익숙하다. 그랬기에 부드럽게 그 뺨을 매만졌다. 무심히, 이진은 웃었다. 그리고 생각했다ㅡ요즘 일이 많다더니 많이 지쳤나? 어젯 밤엔받아주지 말 걸 잘못했네. 아니 내가 무리한 건가, 해열제가 어디 있더라, 어디 창문이 열려있는 게 아닐까, 선배한테 감기 옮기면 안 되는데, 오늘은 연구실 나가지 말까, 얌전히 쉬고 싹 나아버려야지, 아 선배 아침은 해주고, 냉장고에 뭐가 있더라, 어제 했던 감자볶음이 있었지, 그것만 내놓으면 투정부릴테니까 뭔가 새 반찬을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