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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강리네가 문답하는 사이에 이런 걸 쓰는 저야/ㅋ

 말이지 정이진 씨.

 최근들어, 같은 과도 동갑내기도,그렇다고 접점이 딱히 기억나냐면그것도아닌데 이상하게 부쩍 얼굴을 익힌 은혜는 이따금씩 어절어절에 힘을 줘서 그런 식으로 이진을 부르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응. 대답하면서 핸드폰 키패드를 만지작거리자면, 은혜의 까무잡잡하고 매끈한 피부에 어울리는 목소리가ㅡ숙녀가 말하고 있는데 다른 데 시선 팔면 못 써, 하고 꾸짖었다.

 "아. 응."

 탁, 현주에게 보내던 문자메시지의 송신 완료창을 내려다보자마자 슬라이드를 닫아내리면서, 이진이 고개를 들었다. 펄이 들어간 핑크빛 입술은 피부에 대조되기엔 지나치게 인공적이라 키스할 맛이 나지 않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면 그 감귤 껍질 비스무리한 색 틴트 바른 선배 입술은 제법 재밌었는데. 맛도 이상했고 남의 셔츠에 다 문대버려서 세탁하는데 애도먹었지ㅁ…….

 "듣고 있어?"

 아.

 "아, 아니,"

 "들어야 될 거 아냐. 글쎄 숙녀가ㅡ"

 "말하고 있는데 다른 데 시선팔면 못쓴다고, 알았어."

 틴트는 옷에 한 번 잘 안 진다. 입술에 묻은 것도 스스로 지우려 애쓰지 않으면 잘 안 지워진다던 거 같다.

 "…말할 때 끊지도 마,"

 "아. 미안."

 그래서 용건이 뭔데? 물으면 은혜는, 지나가는 말인 양 물었다. 그, 경영학부 과대 있잖아. 아. 너는 이과 쪽이니 잘 모르려나? 우리 문과 쪽에선 제법 유명한 선밴데……ㅡ알아. 아. 알아?이진이 재답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 은혜의 눈은 조금 달라져있다. 이진은 그것을 알아채야 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하다가 판단을 거부했다.

 "ㅡ그 선배, 참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긴 하지.

 "뭐가."

 "잘 생겼겠다, 젠틀하고, 상냥하고, 누가 뭐래도 우리 대학이면 학벌도 최강이고,"

 입술 색과 비슷한 매니큐어를 칠한 매끈한 손톱이 하나하나 손바닥으로 접혀들어가다가 잠시 멎는다ㅡ…사실 우리 학교 남자애들 중에 얼굴 안 되도 여자는 하나씩 다 있더라, 아 넌 빼자ㅡ이어지다가, 아니 이어진 건지 어떤건지 모르게 은혜는 상품이라도 따지는 듯한 어투로 잇고 있었다. 키가 좀 작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작은 건 아니고, 여느 여자들보단 크니까 그것도 괜찮아. 게다가,

 "게다가?"

 "정 해경씨 막내동생이라며?"

 "…그게 왜?"

 "정 해경 씨 몰라? H차 최연소 경영진. 그 집안이 그 회사 집안이라, 돈도 제법 있을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속삭이는 모양이 영 보기 좋지 않아서, 시큰둥하게 이진은 그렇지. 대답했다. 올해만 벌써 몇 번째인가 같은 걸 세기는 귀찮았지만, 이진의 적잖이 우수한 두뇌가 그것이 다섯번째라고 대신 답해주고 있었다.

 "왜 여자가 없을까?"

 ㅡ그야 남자가 있으니까.

 "…그 선배, 애인 상대로 이상한 취미가 많다던데."

 속으로진실을 삼키면서, 이진은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ㅡ은혜가 애초 내밀기에 곁에 앉게 내버려뒀던ㅡ커피 캔의 풀탭을 당겼다. 달고 찬 음료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실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강리네가 빨리 끝내라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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