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의 찡그린 미간은 많이 봐왔다. 울상을 짓는 그 유순한ㅡ그리고 전혀 자신의 취향이 아닌ㅡ표정도. 무척 드문 일이었지만 이진이 눈물을 스포이트로 떨구는 마냥 뚝, 뚝 흘리던 마르고 작던 시절의 모양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진은 단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운 적이 없었다.
"나도 알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아는 한 이진은 자신의 집으로 들어온 이후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나도 안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랬기에 해진은 그가 하는 말을 잠시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었기에 반응할 수도 없었다. 미간을 찡그린 채, 울음을 참으려 애쓰며 화를 내는, 아니 슬퍼하는 그의 모습은 이상했고, 이상하고, 이상해야만 했다. 치미는 위화감과, 기시감과, 불쾌한 통증 같은 것에 해진은 이진이 그 말을 뱉을 때까지 내버려두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은 실수라고 봐도 좋을 일이었다.
"나갈거야, 선배."
나가서, 다시는 선배 안 보면 되잖아, 선배도 나도 결혼하고, 아들도 낳고 딸도 낳고, 선배는 나 때문에 누나한테 안 혼나도 되고, 누가 선배 상대로 수군거리지 않아도 되고, 나는…….
누구나 다 알법한 말을 하면서, 이진은 한 번 해진을 보지 않고, 술에 취한 마냥 떠들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이진은 말을 이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눈물이 그것을 가로막았다. 아니, 가로막은 것은 두려움이었다, 혼자라는. 자신이 먼저 발을 디뎌 나감에도 불구하고 버림받는, 남겨지는, 그런 사실에 대한, 슬픔보다는 서글픔이. 공포가. 괴로움이. 이진은 알았다, 자신은 많이 울 것이다. 그리고 가져보지도 못했던 순간들을, 꼭이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잃을 것이다. 잊어버릴 것이다.
"너는?"
물었지만, 이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이해해달라고, 용서해달라고, 용서해달라고,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울음을 삼키는 소리만이 숨이 막히도록 거실을 울렸다. 헛구역질이라도 하는 마냥 역겨운 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해진은 몇 번이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손톱이 파고드는 듯한 기분은 착각일 것이다. 저 애가 처음 울었을 때 어떻게 달랬더라?
"ㅡ너는? 정이진."
구부정하게 기울어져 흐느끼는 등에 대고, 해진은 물었다. 그렇게, 자각한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동안이나 같이 있어놓고, 네 멋대로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안 되잖아, 안 되는거야. 해진은 그것을 그가 과외교사일 시절 가르쳐두지 않은 것을 조금 후회했다. 하지만, 몰랐던 것을 어떻게 가르쳐야 했을까.
"정이진."
내 거라면서 웃었잖아? 멋대로 그렇게 말하면 안 돼.
"……."
"…정이진."
이진아, 내가 너를 어떻게 달랬더라?
쓰다 괜히 북받쳐서 전 더 안 쓰려고...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