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집에 오는 길엔 왼쪽 하늘을 보고, 왼쪽 풍경을 보고, 왼쪽 길을, 그리고 그 길의 하얀 가로등을봐.
오렌지색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조금은 꿈 꾸기도 해. 절실해지면 기도도 해. 믿는 신도 없으면서 기도해.
나의 오른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게 해주기를, 혹은 있다고 믿게 해주기를.
내 오른쪽으로 드리워지는 내 그림자를 볼 수없기를. 혹은 그것이 하나가 아니라고 믿게 해주기를.
그림자가 없어도 좋으니까, 나의, 필통과 전자사전과 3단우산밖에 들어있지 않은 가벼운 가방에 눌려,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나에게 짐일 뿐인무겁고 피로하고 외로운 어깨를, 그 팔이 감싸게 해주기를.
언제라도 나는 그 기적을 받아들일 마음이 있어, 선배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기도하지 않아.
그리고, 정말로 힘이 없어. 며칠째 제대로 글을 안 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