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지한 씨,
많이 말랐다, 그런 생각을 했다.
설움에 겨워 부르는 울음소리가 이상할 만큼이나 귀에 거슬렸던 기억도 있다. 거의드물게, 아니 아마도 처음으로, 소리를 죽이라고 속삭였고,그는 언제나의 의미없는 반항조차 없이 이를 악물었다. 얼마 만인지를 잠시 생각했다가, 어차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손길이 닿지 않았던, 하지만 그 이전의 오랜 시간동안 손에 익었던 몸은 그리 어렵잖게 다시자신을 삼켰다. 삼켰었다, 다시.
지한은 화장실을 나서려다 반신거울에 비친 새 신랑의 모습을 보고 멈춰섰다. 검은 턱시도가꼭이나 상복같다고 생각했다가, 가슴에 꽂은 꽃이 도통 그것을 용납할 수 없도록 빛나는 모양을 알았다. 어째서 그런 꽃 따위가 눈에 거슬린다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안경을 바짝 밀어올렸다. 미간을 조금 찌푸린다. 하지만. 아직. 알 수 없다. 아직도. 알 수 있을리가 없다. 문득, 냉기를 느낀다.
지한은, 두고, 혹은 버리고, 혹은 가져가려고 했으나 놓아버린 것에게 뒤돌아본다.
"김은형,"
부른다. 불렀다. 목소리가 울렸다. 다시 나타나지 마, 그런 생각을 했다.
"ㅡ감기 걸린다."
다시 시선을 돌리면, 거울 속에는 식을 15분 남겨둔 신랑 하나가 가슴에 달려있던 꽃을 조용히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곧 거울의 사각형에서 유일하게 빛나던 것은 젖은 바닥으로 추락한다. 짧게, 꼭 담뱃불을 끄듯밟는다. 정중하게 짓밟는다. 무어라 덧붙이려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입술만이 소리없이 달싹였다. 단지 그저 오로지 그뿐으로,발소리가 울렸다. 울린다. 운다. 울고 있다.
"……."
지한은 벗어두었던 장갑을 주머니에서 꺼내, 시간을 들여손가락에 끼워넣었다.
그 손으로 잡았던 것들을, 소리없이 감춰넣었다.
얘네들 행복하게 해주자며/따귀 아 그건 내가 한 말인가/따귀 무튼/따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