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평이한, 그러나 학교를 소개할 때는 어김없이큰 대를 붙이고 싶어하는'대' 선안고등학교의 47기 학생회가 자랑하는, 아니 그 학생회장만이 홀로 자랑스레 여기는기이한 글씨체의 전체서기가, 요컨대조용히 일지를 쓰고 있었다. 그 앞에는 47대 학생회장 정의현의검은 캡이 이따금씩 한들거리고 있었다. 결코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이이는 그 침묵을 사랑했고, 이이의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의현은 그 침묵을 깨는 일을 사랑한다, 이이에게 말했다. 언제나 그 때의 의현은 웃고 있었다.
그러세요, 이이는 빈정을 실어 대답했다.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으려다가 모든 문장이 명사로 되어있는 일지에는 마침표를 찍으나 마나, 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만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