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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흐느적

 10여분간쉬지도 못하고 기침을 하는 꿈을 꾸다가 깨어났다. 아직도 기침소리가 귀에 울릴 만큼 선명한 꿈이었다고 생각하다가, 눈을 뜨면서 감기에 걸렸던 것을 기억해낸다. 어쩌다 감기몸살같은 것에 걸려버렸을까, 세탁기 속에 빨래가 쌓여있을테고, 밥솥엔 밥이 없을텐데. 아버지는?

 이진은 떠올린 시야에 들어온 희뿌연 천장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어두웠기 때문에, 혹은 열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어쩌면 둘 다의 이유로 이진의 시력은 평소에 비해 떨어져있었고, 그래서 천장의 물결무늬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눈을 감았다. 몸이 찌뿌둥하게 아파왔다. 이런 감각에는 도통 익숙해질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 감각에 수반해서 치미는 감각에 대해서는 익숙할 만큼 익숙해져 있었다. 불가피한 기다림만큼은 그 누구 못지않게 자신이 있었다.

 "…──."

 그런데도, 떠오르는 얼굴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고, 이진은 생각했다.

 무심코 아버지는? 생각하다가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 집에 남겨진 것은 이진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지금의 이진이 누운 침대가 해진의것임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지금의 동거인은 오늘 밤 돌아오지 않겠다고 통보했던 것도. 그것은, 아무쪼록그리워해봤자 혼자라는 것일테다ㅡ하지만 머리카락에서는 해진의 샴푸냄새가 났다ㅡ아직은 익숙하지 못했다. 그의, 혹은 다른 그의얼굴을 더듬어보려다가 의미없는 짓이란 걸 깨닫고 그만두기로 한다.

 어찌되었든, 그래 어찌되었든.이진은 그 공간 안에 남은 혼자였다. 환자이기도 했다.

 "…깼어?"

 하지만 그 생각은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무너진다.

 "…선배?"

 "말하지 마."

 차가운 손이 머리 위를 짚어왔기에, 이진은 다시 눈을 떴다. 흐린 시야 너머로, 감히 떠올리진 못했으나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얼굴이 심각한 표정을 지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선배. 말하지 말라는 음성을 거역하고 짤막하게 부르면, 그래. 하고 그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차가운 손을 가진 해진은 대답했다.

 "ㅡ선배,"

 어떻게 왔어, 너, 전화 안 받고. 그래서 온 거야,멍청한 녀석. 몇 시 쯤 됐나, 새벽 두 시. ㅡ선배,

 "그래. 눈 감아."

 하지만 이진이 손의 온도 따위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 하나 뿐이다. 그것은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주는 그 손이, 그가 알고 있는손 중에 가장 따뜻한 손이라는 뜻이었다. 열에 들뜬 눈동자가 어렵게 그 손목을 잡고, 사랑하는 손가락 끝에 입을 맞췄다.보고 싶었어. 진위의 여부는 묻지도 알지도 못한 채, 해진은 평소처럼 웃는 대신 그 손으로 이진의 머리를 툭툭 때렸다. 멍청한 녀석.

 ㅡ그러게 왜 욕실에서 여섯 시간이나있었는데?

 이진은다시눈을 감고,그러느라 해진의 마지막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솔직하게 대답했다간 내 냄새가 아니라 샴푸 냄새잖아, 하고 또 그 손끝이머리 위를 때릴테지, 생각했다. 어이, 정이진. …말하지 말라더니, ……그래서, 왜 그랬는데? 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 …그래? …응.

 "ㅡ그럼 더 자. 눈 뜨지 말고."

 응. 이진은 대답했다. 쿨럭, 하고 꿈 속의 기침소리에 비해서 한층 힘이 없는 소리를 뱉었다.

 아무쪼록, 이진은 스스로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사실절반밖에몰랐던 것이다.

이진의 부친상으로부터 2개월 뒤. 해진의 귀국으로부터 1개월 반 뒤. 동거한지약 며칠 째.

해진의 샴푸를쓰고 그 냄새에 신경쓸 수 있을 정도의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겼을 때.

머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걸 넋놓고 가만히 보고 있다가 해가 져버렸다.

사실 오늘 새벽에 기침하는 꿈을꾸고 가위 비슷한 것에 눌려서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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