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의 어깨에 턱을 얹고 그 너머를 보면, 미희였는지 다예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여자의 틴트가 묻었던 셔츠가 말끔하게 깨끗해져있다. 바보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감탄하면서, 다소 난폭하게 머리를 쿵, 부딪혔다. 배나 요람이나 버스 같은 것의 안정적인 흔들림 만큼 이진은 조금 흔들리고, 해진의 몸을 그대로 품에 안았다. 이진의 품은 그녀들에 비해 풍만함도 부드러움도 없다.
「죽어버려.」
그런데도 따뜻하고, 편해서,조금심술이 났다. 목을 끌어안았다.
「…싫어.」
머리 좀 컸다 이거야? 같은 기분이 들도록 똑같은 눈을 하고서, 이진은 가만히 올려다본다. 아니 실은 내려다보고 있지만, 꼭 올려다보고 있는 듯한 열 여섯 살의 눈이. 스물 한 살의 목소리로 대꾸했다. ─────잖아. …뭐라고? ───할 참이잖아, 라고 했어. 똑같이, 또박또박하게 이진은 발음한다.
「──선배 지금 하자고 할 참이잖아.」라고.
어렴풋이 웃고 있는얼굴이무엇을 기뻐하고 있는지, 해진은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에누가, 하고 짜증인지 심술인지, 어리광인지 모를 것을 부리면, 이진의 입술이 목께에 내려앉으며 속삭인다. 선배가 말 안하면 내가 하지 뭐. …뭐라고? 하고 묻고, 금방같은 질문을했던 것을 기억해낸다. 이진은 성실하게도 다시 대답했다. 애 만드는 거 하자고, 선배.
우울하니까 짧게/ㅋ
[+ 진진 100일,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