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애초에 은형의 연인은 과묵하달까 어휘의 사용이 간결한사람으로, 식사시간엔 더욱이 말수가 적은 편이다. 특별히 식사하면서 먼저 말을 꺼내는 일이 있다면, 그 원인은 주로 그의 갈증ㅡ물,ㅡ이나 자신의 식습관을 좀 고쳐보라는 투의 권고ㅡ체한다,ㅡ같은 것 정도였고 그 두 가지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한없이 드물, 다기보다는 아니 거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응? 물?
그러니까, 지금 은형은 식사를 하고 있지 않으니까 물 정도겠지 생각한게 그리 잘못된판단일 일은 드물다, 그러니까 그리 잘못하진 않은 거 아니냐는말이다. 하지만 하필 그 때의 지한은 그지극히 드문ㅡ그리고 은형에겐 거의 처음에 가까운ㅡ예외에 해당해있어,너무 앞서나갔는지잠깐 미간을 좁혔고, 미안, 왜? 소리를 듣고서야 표정을 펴며 용건을 꺼냈다.
ㅡ아니, 이 무국.
…음, 왜?
괜찮다고,
아.
갑자기 무슨 수작이야?
그리고 대답을 듣기도 전에 지한은 다시 수저를 놀리기 시작했다. 무슨 수작이냐니…. 부우, 하고 투덜거리려다가 또 네 살이니그러고보니 이제 다섯 살이었나 같은 소리를 들을 것이 빤했기에 그만두기로 하고, 무국에 뭘 어떻게 했더라 하고 조리과정을 빠르게 되짚어봤다. 딱히 달라진 건 없는데. 손질 방법을 바꾼 것도 아니고, 고기 부위를 바꾼 것도 아니고, 우린 시간도 아마 크게 다를 바 없을테고, 무가 떠올랐을 때 고기를 넣고, 무가 무를 때까지 끓였……아. 무.
맛있어?
응. 그리고,
음?
다른 칭찬이 돌아올까 싶어서 보면 지한은 국그릇을 거의 비우고 수저를 내려놓으며 툭 뱉는다.
물 좀.
…아.
하루 두 번 연속의 예외를 바라기는 조금 무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네, 어련하시겠어요. 왜 그런 눈으로 보냐는 기색의 눈초리가 닿기 전에 은형은 적당히 냉장고로 시선을 돌렸다.
물컵을 건네받은눈에는 느슨하게 포만감이 드러나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1년여 전의 자신은 잘 읽지 못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라기 보다는 거의 당연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의사 하나를 띄고 있어, 은형은 얼핏 웃었다. 김치만 넣고, 대답하면 천천히 정리하고 와, 하는 대꾸가ㅡ그리고 오늘 들은 말 중에 가장 긴 말이ㅡ상냥하지도 다감하지도 않게, 하지만, 그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듯이울렸다.
절 죽여/ㅋ
랄까 이 날 저녁에 이진인 사탕 하나 물고 땅콩 손질 다 해놓고 무채라던가 한 간단한 거 하겠지, 끓이려던 찌개에도 무 좀 넣고. 그러다가 해진이가 웬 사탕? 하면 받았어. 하고 대답하겠지 싶고ㄳㄳ 누구한테? 손가락 이상한 남자. 이상한 손가락? 응.무를 잘 못 고르더라고, 아 그거랑 손가락은 상관없겠지만, 무튼, 사실 아까 우유 잘못 사는 것도 봤는데. 근데? 뭐, 아니. 땅콩 해놨어 식탁 위에 락앤락. 땅콩~ 껍질 까놨어? 응. 많이 샀어? 안 돼. 뭐가 안 되는데? 저녁 먹고 먹어. 뭐 이러겠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