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ㅡ부부장,"
한이 쫓아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현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 있었다, 옆의 안은 현의 어깨 위에 팔을 걸친 채로,의겸아,서예붓이다. 하고귀찮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고. 예의 서예붓으로 칭해지던 이의 먹물냄새가 가까워지면, 하얀 머리카락 아래 검은 눈이 이질적으로 빛났다.
"안녕하세요, 부부장."
그리고 그 눈이 조금 올라가고, 안 서혁 선배님. 이어진다. 아아. 안ㅡ서혁이 대꾸하는 소리를 듣고, 현ㅡ의겸도 가볍게 고개를 숙여 목례했다. 안녕하십니까, 어딜 가시는 길인지.
"학생회실이죠, 두 분은?"
"그야, 우리도학생회지만ㅡ"
"ㅡ뭐, 그럼 같이 가시죠."
뭔가 어린애는 귀찮다는 듯한 표정의 서혁의 말끝을 요령있게옮겨 의겸은 사무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 부부장."
계열이 다르기에 늘상 붙어다닐 수는 없지만, 이따금씩의 이 2학년 반장 둘은 이런 식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고, 그 모습은 제법 묘하다. 서예붓, 아니한ㅡ그러니까, 울은 자주 생각했다.
바람직한 교복 착용법의 예제를 보는 듯 옷차림도 마음가짐도단정하고 철저한미인ㅡ의겸은 생물학적으로도 심리학적으로도 남성이지만ㅡ과, 빈말로라도 단정하다고는할 수 없는 옷차림과뭔가졸려보이는 듯한, 빈 틈을 드러낸표정의 훤칠하고잘생긴미남. 의겸과 서혁의 모양은 다소, 아니 적어도 울의 눈에는 띄었다.
둘 다, 이 곳에서는 그리 무난할 것도 없는 흑발흑안에 반장뱃지, 19세인 2학년에화려한 외모라는 공통점을 지녔으나 상당히 대조적인 모양새의 둘은, 제법 눈에 띈다. 가끔은 이상적인 선남선녀의 동행이라는 기분도 받는다ㅡ는 건 부부장에겐 실례겠지…….
"뭘 하고 있는거야, 어서어서 가자고."
"아. 네."
상념에 빠져있다가, 어느새 한 두 걸음 앞서가고 있는 두 흑발의 선배를 다시 쫓기 시작했다.
#2.
회실에는 애플파이ㅡ안녕하십니까, 시이카 팀장.ㅡ가 이미 도착해있다. 흑발보다는 확실히 드물고, 또 눈에 띄는 실버핑크에 대고 의겸이 인사를 건네고ㅡ대회도 끝났으니 그 호칭은 이제 그만 둬.ㅡ, 서혁이 뒤따르면ㅡ안녕하세요, 시이카 선배.ㅡ애플파이는 가볍게 목례만을 더한다. 울은 인사할 타이밍을 놓쳤지만, 대학부의 선배와는 그리 친하지 못했기에조금 어색하게안녕하세요, 하고 붙였다. 거기에도 애플파이ㅡ시이카는 묵묵히 고개를 까닥여준다.
"1분 전인데, 더 안 오나? 잠이나 잘ㄲ……."
"언제는 정시에 학생회 전원이 정시에 모였다고 그러십니까. 일어나십시오."
정해진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서혁이 엎드릴 준비를 하면 의겸의 고요할 듯한 손가락이 테이블을 툭, 건드리며 소음을 낸다. 졸려. 아까도 주무시던 걸 깨워온 듯 합니다만. 자다 일어났으니까 그렇지. 곧 회의가 시작될테니 낮잠은 그 후로 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졸리…회실에선 정숙하십시오. 의자가 소리없이 움직이고, 그의 옆 자리에 의겸이 앉는다. 울도 자리하면 또 문이 열린다.
"ㅡ제가 늦었나요?"
1분 전입니다, 오 양. 안녕하십니까……아. 정시군요ㅡ안녕하십니까, ㅡ안녕하세요, 현 의겸 선배님. 레모쉬 군,어제 부탁드린 1학년 라틴어 성적 관련 학생확인은? 현 명 선생님께, 아아. 수고를 덜었군요, 감사합니다.
핸드폰의 전원을 끄고 있던 의겸이 차례로 들어온 지현과 캘비안에게 인사하고, 울은 그 사이에 한참 열중하고 있던 그림에 대해서 조금 생각하기 시작했고, 서혁은 의겸이 한 눈을 파는 사이에 잠을 청하려다가, 한 눈을 파는 게 아니라 핸드폰을 쥔 채로 잠든 것을 알고 깨워야 했다.
#3.
#4.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의겸은 그의 논리를 펼친다. 장황하지 않고 매끄럽지만 사설과 예의와 완곡어법을 줄이고 간추려보면 영연부 예산을 올려달라는 소리로 간결하게 축약된다. 울을 보는 듯한 시선에 울은 반 박자 늦게 손을 들어 동의합니다, 하고 뱉는다. 물론 울도 영상연구부 소속이다.
중셉/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