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취향이라니,"
딱히, 지한은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미간을 찌푸린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실행해보이려고 애쓰지는 않았다. 말인 즉 불쾌하다는 사실을 있는대로 드러내면서 조용히 품 아래의 은형을 내려다봤다는 뜻이겠다. 은형은 딱히 그의 표정에 신경쓰지 못한 채로 작게 흐느꼈다. ㄱ…그런, 그런?
"ㅡㅇ…내, 소리, 듣고싶다고…한 거, 아냐?"
그게 취향이랑 무슨 상관인지, 궁금증조차 일지 않았지만 아마 물어봐도 논리적인 대답이 돌아올 것 같진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엎드리는 것도 허리를 드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싫냐고 물어보면 싫은 건 아니라고, 그렇겠지, 대꾸하면서도 언제까지 이걸 달래가면서 섹스해야하는건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것은 큰 댓가를 준비한 뒤에나 할 일일 것이다.
"억지로 내라는 게, 아니잖아."
"…그, 럼?"
지한은 비교적 젠틀하게 몸을 내리눌렀다. 기습적이란 인상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은형은 어렵게 입을 뻐끔거렸다.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은 것은 조금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움직임을 멈춘 채로, 가만히 내려다봤다.표정은 썩 밝지 않았지만, 어둡다기보다는 붉다고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
"…지한, 씨?"
은형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에 대해서 지한은 알지 못한다. 알고 싶은 마음은 없다.그 대신으로 지한의 머릿 속에 찬 것은 단순한 피로와 피로에 엉긴 성욕과, 상대에 대한 어느 정도의 흥미와, 애정과, 배려심과, 어느 정도의 호기심, 또 어느 정도의 단순하고 순수한 가학심 정도. 가장 후자의 것은 은형이 물은 '그런 취향'과 가장 비슷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지만,지한은 그런 기분에 대해 개인적이고 이례적인 취향이란견해를 갖고 있진 않았다.
"말이지, 김은형."
그의 마른 가슴께를 내려다보면, 붉게 달뜬 돌기 한 쌍이 학대받은 모양 그대로 부어올라있다. 아름답고 관능적인굴곡과는 다소거리가 있고, 그 품에 의지하고 싶을 만큼 든든한 마음도 차마 들지 못했다. 그런 감상을 갖는그 잠깐 사이에 여느 것보다 무거운 안경은 중력에 의해 끌려내려간다.다시 밀어올리기 위해 오른손을 들었다가, 다시 침대를 짚기 전에, 검지를 들어 유두를 지나는짧은 직선을 그었다.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새어나가는 소리를 씹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관조하고, 잔뜩 피가 몰린 돌기가 동요하는 모양을 흥미있게 지켜본다. 조금은 가엾다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동정하진 않았다.
"ㅡ억지로 참을 건 또 뭐야?"
목소리를 낮추고 물은 만큼, 몸을 낮추며 파고들었다, 알고 있는지점을 노리고,정확하고 강하고, 깊게. 자신의, 아마도, 비교적 논리적이지 못할 질문 아닌 질문에,대답은 기묘하게 발음이 새는교성으로 돌아왔다. 참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대답이 아닌가, 생각했다. 조금은 감탄하고 있다.
…뭐, 목을 쉬게 해줄까 하는 마음은 처음엔 없었지만, 떠오른 만큼ㅡ기각할 생각은 없었다.
귀찮아/ㅋ 자르고/ㅋ 잡시다/ㅋ 랄까 더 쓰지 않을거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