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아라, 있잖아.
심드렁하게 지민은 포크로 아이스크림을 긁었다. 눈처럼 새하얀 바닐라가 초승달처럼 휘면서 포크에 말려올라가 한 차례 얼어붙는다. 입 안에 넣으면서 올려다보면, 레포트를 끝내고 막 인쇄 명령을 내리느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아라는 응? 하고 묻는다. 마침 아라는, 생각해보니까 그 아이스크림 가희가 오늘 밤에 먹는다고 모셔두던 건데……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네 동생, 아, 육촌인가 팔촌인가.
가희? 육촌이야.
응.
가희, 왜?
지민이 허리를 곧게 뻗으면서 아라의 모니터 쪽을 슬쩍 넘겨다봤다. 나, 글씨체는 바탕체에 자간 좀 +5로 늘려줘. 뻔뻔한 목소리로 말하는 통에, 입에 물려있던 포크가 아이스크림 통으로 수직낙하한다. 바닐라의 언덕 위에 푹 내리꽂힌 듯 했다.
원피스 좀 어떻게 안 돼?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등에 있는 지퍼, 내려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
아라는 저장 버튼을 한 차례 더 누르고―그냥, 습관이었다―, 1페이지로 올라가 이름과 학번을 지민의 것으로 수정하느라 잠시 말이 없었다. 지민이 조용해진 것은 너무 많이 말했다는 자각 때문이 아니라,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다시 열중하기 시작한 탓일 것이다.
장난이지?
장난이지.
장난기도 없는 담담한 목소리로, 지민은 장난스레 아이스크림 위로 긴 선을 남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