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더 잘 알겠지만, ㅡ유채가 제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낼 때면 비교적 저런 식으로 운을 떼는 경우가 많았다. 각오를 해둬야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은근한 투로 목소리는 이어진다.
「우리 신우, 선배 개-좋아한다?」
그럼 그렇지.
「……누가 들으면 니 오빠 애완견이라도 키우는 줄 알겠네.」
난감한 말을 할 줄 안다고 생각하면서, 유신은 적당히 대꾸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유채에게 해뒀던 것이 분명한 경고를 떠올리며, 천천히 리플레이했다. ㅡ내 앞에서 오신우 얘기 하지 말라고 했잖아. 하지만 유채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제 오빠하곤 조금도 닮지 않은 동그란 눈은, 약간 장난기를 실은 것도 같고, 약간 진지한 것도 같고, 그럼에도 어쩐지 제 오빠와 닮았다.
「선배는 어때?」
이게 선배 말을 무시하고 넘겼겠다……그런 놈 따위 좋아할 리가 없잖아. 속으로 그런저런 말을 생각하면서도 유신은 말을 아꼈다.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도 않는 같잖은 단어들의 나열이다. 대체할 대답도 없으니 무작정 삼켰다. 그런 자신에 대해서 유채는 아는지 모르는지,
「신우, 싫어해?」
아니 모르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왠지 알고 있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듯한 투로, 다시 물어왔다. 꼭 이세계에서나 있어야 할듯한, 선선한 웃음을 지으며 돌아본다. 그 웃음이 유신은 보기 좋았지만, 불편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미간을 조금 좁혔다.
「싫어.」
유신은, 단 한 번도 그 대답에 망설였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유채는 눈을 조금 크게 떴다가, 아주 가늘어질 때까지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그리고 내뱉는다. 실망한 듯한 표정을 가장한다.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ㅡ신우가 들으면 상처받겠다. 그야 그렇겠지, 하는 대답은 목구멍을 넘어오르려고 했지만, 간신히 삼킬 수 있었다.
「우리 신우, 좀 병신이지만, 그래도 좋은 남자야.」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말을 아낀다 아낀다 하다가 이런 대답이나 나오고. 아이같은 소리를 뱉어버렸다고 조금 후회하자니, 수습할 것도 없이 유채는 종이가 구겨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까르르, 웃었다. 이 쪽이야말로 천상 아이같다. 정말, 한없이 진지한 오신우 따위와는 남매같지 않았다ㅡ하지만 정말 남매같은 둘이었다.
「놓치지 말라고.」
「…….」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유채에게서 시선을 떼어냈다.
「언니 소리 꼬박꼬박 해줄테니까, 우리 집에 시집와라.」
천진한 웃음에 섞여, 맑은 하늘이 기분나쁘도록 눈에 멀었다. 하늘과 유신의 사이에는 무색의, 무취의, 가볍고 존재감없는 공기가, ㅡ허공이 감히 드리워지지도 채워지지도 못한 채 떠돌 것이었다.
「응? 선배,」
아니, 그러니까,
오신우도 한 번 안 하고 아끼고 있는 말을, 왜 이 애가 이렇게 쉽게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