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헤 님께서는, 좋으시겠어요.」
아름다운 선의 입술은 우아하게 찻잔에 가까워졌다 멀어지며 그런 이야기를 뱉었다.
「아?」
되묻지 않아도 그 뒤의 부가설명이ㅡ아니 본론이ㅡ이어질 것을 알았기에 라헤는 특별히 더 반응하지 않았다. 눈 앞의음원은, 유치하기 짝이없는 디자인의핑크빛 드레스와 빨간 장화가 누구보다 잘어울리는 미인으로 이름은 피라페라 한다.
「신야주 님께서는,」
피라페는 애정과 동경의 마음을 담은 음성으로 운을 떼었다. 라헤는 그 두 어절만으로도 피라페의 의도를 알아챘다. 하지만 특별히 티를 내야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기에, 그저대접받은 찻잔에 손을 대었다.
「그러니까, 각별하시잖아요? 라헤 님과.」
…저런, 의미없이 대꾸하면서 라헤는 입 안의 달짝지근한 음료를 삼켰다. 찻잔을 내려놓았다. 조금 흐뭇해진 기분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천천히 피라페로 시선을 돌렸다. 드러난 어깨가 아름다웠다. 약간 미간을 좁혔다가, 그 눈과 마주했다.자기애(自己愛)를 여실없이 드러내는,어리기 짝이 없는눈.
피라페의 빛나는 백금발과 자안(紫眼)은 어쩐지 그녀에게 명도가 높고 밝아 옅게까지 보이는 색들을 어울리게 한다ㅡ그러니까얼마 전에그녀가몸에 걸쳤던고스한 디자인의 검은 드레스는 신야주의 취향이란 것도, 라헤는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겠군요,」
라헤는, 친애하는 그녀와의 사이를 간단하게 정의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에 그녀와는 친우니까요, 라고 말하지 않았다. 들고 있던 부채를펼쳐 가볍게 하늘거리자, 폼으로나마 흘러드는 바람은 미지근했다.
피라페의 말은 라헤의 귀를즐겁게 하는 분명한 사실이지만,결코 그녀가 라헤가 되고싶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었다. 그녀는 그녀로서도 충분히 신야주와 각별한 사이인 것이다.
뭔가 쓰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냥 끊는 저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