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아키라의 주인이라 자칭하는 심홍은, 한순간 기회가 주어졌더라면좋아하고 있었다 혹은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따위로 말해도 좋았을 푸른섬유의 색을 삼키며 아름답고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실 그것은, 한없이, 한없이, 검고, 검고, 검고, 감히 밤하늘이나 먹물 따위에 비할 수 없는 혼탁한, 또한 치명적으로 혼탁하기에 한없이 맑고 견고한ㅡ칠흑이다.
아키라.
주인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라는 것은 아직 아키라의 이성은 납득하지 않은 내용이다.
ㅡ시키.
소유자의 이름을 불렀다, 라는 것은 아직 아키라의 감성마저도 납득하지 못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으로 새카만 심홍ㅡ시키의 눈은 오만하기 그지없이 빛나며 그의 소유물을 내려다보았다. 아키라는, 문득 몸을 파고들어 있던 열과, 그 열에 의해 온 몸에 떠오른 열과, 시키의 손가락과, 그것을 감싼까만 가죽과, 그것과 같은 색인 머리카락과, 열기와, 취기와, 체취와, 그런 와중에 복부의 피어스를 새삼 인지했다. 어렴풋이 떠올리고 있었던푸른 그림자는 뇌내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 세계에는 더 이상 없다──케이스케는.
…아무 것도.
그 푸름도, 새카만 것에 휩쓸렸다. 그리고 붉은 것에 의해 죽어버렸다. 둘 다 시키는 아니었다. 그것은 간접적으로 자신이 선사한 것이거나,자신이몸 속에 지니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빈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렇게 되기를 바란 적 역시 영영 없을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당연히 곁에 있으리라고 믿었던 것을 잃었음에도, 상실의 아픔에 시달릴 수 없다는 것은 슬픈 것일까.
……읏….
예리한 손톱의 끝이 피어스를 건드렸기에, 아키라는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아니면 기쁜 것일까.
때려치워/메쳐 아무도 절 말려주지 않으니 제가 스스로를 말려야겠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