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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ㅋㅋㅋㅋ

 학생들의 개성과 취향을 최대한 존중하는 세나클 오틀로즈 아카데미가 공인하고 있는 많은 동아리들 중 하나인 영상연구부는, 그 2년이란 짧은 역사와 매니악한 분야에도 불구하고하는 일도 없이 교내에서가장 많은 예산을 창출해간다ㅡ뜯어낸다ㅡ는점에서 그 미약한 강점을 꼽을 수 있었다.

 부부장,

 그 동아리가 창부 당시 의겸에게 부여한 '부부장'이라는 그 허울 뿐인 것이 일반적일 직위에는, 비일반적이게도, 언제부턴가 부장이나 고문의 것을 능가하는 양의 일거리가 딸려와 과연 여가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부서활동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이따금씩 생기게 된다. 그러니까, 고문 둘ㅡ아니, 엄연히 따지자면 명까지 합해 셋일지도ㅡ을 빼자면 임원 하나 없는 이웃 부서에 대조되도록 고문, 부장, 부부장을 각각 하나씩 온전히 데리고 있음에도, 고문도 유령, 부장도 유령이라는점에서 그 부의 총괄은 물론 회계를 겸임했단 이유로 잡사무일까지도 부부장이 하게 된다는ㅡ그러니까 부부장인 의겸으로서는다소 귀찮고, 또 다소 익숙한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부부장ㅡ자요?

 ……정도의 자타가 모두 인지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의겸은 부부장이란 호칭을 듣자 다시금 생각하게 된 것이다. 흔히 상념에 잠긴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막 의겸은 상념에서 깨어난 참이다.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제하가 프린트에 몰두해있는 뒷모습이었다.

 잤구먼, 또 잤어. 넌 밤에 뭐하냐?

 무슨 일이신지?

 들려오는 윤하ㅡ쇼파 한 쪽에 엎드려선 BL잡지를 뒤적이고 있다ㅡ의 잡음을 깨끗하게 무시하며, 의겸은 자신을 부른 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부스스한 백발이 먼지처럼 가볍게 움직이며 까닥,한다. 울이었다.눈이 마주치자 대답없이 수줍게 웃는다. 뺨에 약간 홍조가 어려있었다.

 한 군.

 아, 이 씨디, 입력을 안 먹는데요.

 무덤하게 의겸의 목소리가 재촉하자, 그제야 울은 입을 열었다. 시선을 내려보니 그 머리 아래 노트북이 보였다. 자신의 것이 아님을 다시 확인한 다음에, 제 노트북이 기숙사 침대의 머리맡에 놓여있음을 기억해내며 의겸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CD-ROM의 ROM은 Read Only Memory의 약자입니다만.

 에, 그게,

 조금 당황한 표정. 평소에 비해 꽤앳되보였기에 대학부였던가를 생각했다가, 고등부 학생회에서도 봤던 얼굴이란 사실을 다시 기억해낸다. 꽤 멀찌감치였지만 앞치마에 매달린 엄지손톱만한 반장뱃지가 눈에 어렵지 않게 들어왔다. 먹물이 물든 셔츠 소매에서 손가락이 나와 노트북의 CD-ROM을 연다.

 이거 RW 맞는데요?

 망가진 CD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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