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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메리 크리스마스




 "……안 씻어?"

 도통 그런 말을 재촉하지 않던 사람이기에 조금 놀라면서, 이진은 눈을 떴다. 그리고 평소의 제가 그런 말을 들을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음을 기억해냈다. 해진이 제 몸을 놔주자마자 도망치듯 욕실로 들어갔으니까. 하지만 그 날은, 유독 물 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웠다. 손 안에 그의 셔츠자락을 감아쥐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조금 당황했지만, 놓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귀 옆에서 해진의 목소리가 ...왜 그래, 괜찮아? 하고 물었다. 이진에겐 대답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답없이 숨을 들이마시자 해진의 냄새가 났다.
 매번 바뀌지 않는 샴푸향과 섬유유연제와 단순한 물기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일로 흘린 땀. 그런 것들이 안온한 공기 중에, 침대의 시트에, 손 안의 셔츠자락에 뒤섞여 미약하게 남아있다. 이젠 어느정도 익숙해진 감각이었지만 이진은 그 냄새가 조금 슬펐다. 그 냄새와 흡사한 느낌의 달콤한 피로가, 눈꺼풀과 하체에 부드럽게 엉겨붙어 있었다. 온 몸이 물처럼 무거웠다. 
 지금 느끼고 있는 기분은, 그 상태로 계속 있고 싶다는 바람과 거의 흡사했을 것이다.

 "선배,"
 이진은 아주 작게 웅얼거렸다. 해진에게 들리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버지 안 들어오셔."
 실은 속삭임에 가까웠는지도 모르겠다.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는지도, 하고 근거없이 납득한다. 말한대로 아버지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내일도, 모레도, 아니 신정즈음이 되어서야 보려나. 혼자인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진은 늘 혼자였다. 그것에 아직껏 익숙해질 수 없는 제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아니 이래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조금 슬프고, 또 조금 슬프지 않았기 때문에―――그러니까 이진은, 그가 안 돼, 라던가 방학이라도 내일은 이브잖아, 집에 가야지, 따위의 대꾸를 하지 않길 한 순간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곧 소망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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