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3학년 생들은 보통 인간 이상의 취급과 대우를 받으며 보통 인간 이하의 부자유와 압박에 시달린다. 해진은 수능시험을 기점으로 이들이 보통 인간 이상의 자유와 해방감을 누리게 된다는 의견에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그 통상적인 규칙에 자신이 예외적인 인간이 되어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그것도 적잖이 많은 이들이 말하는 '승리'라는 것을 거둔 상태라는 것에도. 그저 귀찮은 일이 줄었거니 정도를 생각했을 뿐이었다.
뭐, 확실히.
이 나라 대학 서열 중에서세 손가락 안에 들어오는H대의 1차 수시모집은,근 3년간 실수없이 노련하게 버텨온 실력자들이라면반드시 구미가 당길 '승리'였지만, 까다롭게 그 헛점없는 이들을 선별해내기에 악명이 높았다. 고로 아무리 학군 밖에서까지 명문으로 알려진 S고에서도 그 승리자는 한 손에 간신히 꼽히고도 손가락이 남았다ㅡ자신은 그 손의 검지손가락 정도에 꼽히고 있었지만.
「…20분 정도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지금 치르는 모의수능의 응시여부를 그의 의지대로 바꿀 수 있음을 얘기하지는 않았다. 거론한 대로 해진이 소속하고 있는 곳은 H대가 아니라 아직 S고였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2교시째의 수리영역──그래, 해진은 조금 허기가 져있었다.
20분이라….
20분 뒤면 점심식사겠거니 하고 생각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운 채 인생을 건 것마냥 시험지에 고개를 쳐박을 듯 하고 있는 급우들의 뒷통수에 무심코 시선을 두며 잠시 경탄한다.어디 들어가는 시험도 아니라지만 누구라도 슬겅슬겅 가벼운 마음으로 치르기엔 아까운 학년인 것이다. 수 초도 채 지나지 않아 해진은 다시 시험지로 시선을 내렸다. 옅은 재색의 갱지가 자신을 올려다본다.
사실, 조금 일찍 숨을 틔웠다는 이유로허접한 성적에 웃으며 납득할 성정은 되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런타입의 문제는쓸만한 공식도 없으니…. 같은 걸 생각하며 샤프로 시험지 위를 숫자로 긁고 있다가, 해진은 잠시 미간을 구겼다.37C2에 35C2 곱한걸 8!으로 나누……잠깐, 이딴숫자가 모의수능 같은 거에 나와도 되는거야?이 문제는 주관식이잖아? 정이진, 이것 좀 계산…….
…….
……아.
해진의 샤프가 멋쩍은 듯 잠시 멈칫했다가, 매끄럽게 손가락 위를 한 바퀴 돌았다.
위 글의 주제/--
1. 잘난 사위
2. 계산은 싫다<
/-- 뭐랄까 언젠가 저런 비슷한 문제를 푼 기억이 있긴 한데 49C2 비스무리한 게37이랑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지 말입니다/--? 아 좋지 않아. 이런 문제. 과외님께 이런 문제 수능엔 안 나오죠? 했을 때 끄덕끄덕 해주셨던 걸 난 기억하고 있어 아마도 그럴거야/--......하지만 신의농간이란 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니까요 ㄳ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