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梨花)의 그늘 아래 밤이라지만그 곁에는 여자의 웃음소리가 없었다.
"…수리(數理)?"
그 여자는성정이 난폭해서썩 재미가 있지, 어린데다 제법 이상한 짓도 할 줄 알고 말이야…이항정리(二項定理)라나 뭐라나. 그런 이름의 걸 써먹던 게 기억나는데.글쎄…난폭하다라, 꽤예쁜 여자 같더만. 괜찮으면 거둬가지 않고.방금 성격 난폭하단 게 누군가?말 그대로 꽤 시끄러우니까 데리고 나가줄 사내가 있다면 좋을 일이군 싶은거지. 아아, 내가 알 바 아니지 않은가.
그 대신으로실도 의미도 없는 대화가 느리게 오고가고 있었다.
"뭐, 나라면 거둘 여자는좀 더 쓸만한 곳에서 고르겠네."
"쓸만한 곳? 이 곳 말고도 도운에 잘 먹히는 기루가있던가."
평소에는 그런용도로 쓰이던 서안(書案)을 대신해,자신과그 사이에는주안상(酒案床)이 자리잡고 있었다. 막 자신의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은전이 그대로 좋은 술과 기름진 안주가 되어 돌아온 덕분이다. 물론 이례적인 일임에도 그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 기루의 객(客)이란 건 돈을 쓰지 않으면 곤란한 것이긴 할 일이다.
"……그런 얘기가 아니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가 술잔에 입을 댔다.
"아하. 자네, 정인이 있지 아마?"
"……뭐라는 건가."
퉁명스러운 대답이었지만 부정은 없었기에, 창연은 조금 웃었다. 그런 자신을 공영은 비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