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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그리고 오늘도 달리는 저 ㄳㄳㄳㄳ

 ……그런데,

 이진은 언제나 이런 해진에 한해서는 무척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운을 떼는 편이다.

 지금, 뭐하는 거야,

 낙서.

 해진이 들고 있는 것은 아무리 봐도OMR카드를 마킹할 때나 쓰는 컴퓨터용 수성 싸인펜.

 뭐라고 쓰고 있는건데?

 끄적끄적거리고 있는 것은 이진의 빈 어깨ㅡ날갯죽지.

 씻으면 없어질 낙서겠거니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서였을까, 생각나는 단어들을 아무렇게나 써갈기고 있었던 참이다. 마침 그런 펜이 뒹굴고 있고 벗은 어깨의 모양이 마음에 들었기에 그 등 뒤인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참에 선 정도나 하나 그어줄까 했건만 어쩌다보니 재미가 들려버린 것이다.

 …아니그러니까, 별로 자신이 짖궂은 탓만 할 수는 없다. 얼마든지 그가 그만하라고 말했다면 그만뒀을테니까ㅡ더 심한 짓을 해도그는 별 말없이 참고 받아준다는점이 문제인 게……아, 뭐라고 쓰고 있냐고 물었었지. 어느새 글자가 된 모양이었다.물어보니 대답해주자 싶은데,어째 이거 내용이…….

 음, 읽어달라고?

 …으음, 읽어 봐봐.

 선배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하는 작은 덧붙임에서 미묘하게 꺼림칙해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해진은 불쾌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뭐,특별히 그래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뭐가 이래? 입 밖엔 아무런동요도 내뱉지 않았지만, 연속해서, 아니 그냥 연달아서 깜지쓰듯 적혀있는 글자들의 나열을 보다가, 연애하는 여자들이나 할 짓이 아닌가 생각하다가, 조금 웃기다고 생각했다. 이걸 뭐 어쩌라는거야. 하지만 이진을 탓할 것은 못 된다ㅡ어쨌든쓴사람은 자신이니까.

 어떻길래?

 그러니까 좀 미묘한데.

 미묘라면 작을 미에 묘할 묘 쓰는 미묘 얘기야,

 응, 아마 그럴 거야.

 글쎄, 뭘 적어놨길래 그래.

 ……몰라. 가서 씻어.

 정이진정이진정이진정이진정이진, 그런 걸 뭐 어떻게 계속 읽어봤자 자신은 별다른 감흥도 없다.

 …….

 이진은 조금 침묵하다가, 타협하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럼 앞에 세 글자만. 한다. 뭐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 생각하다가 정이진, 하고 툭 뱉는다. 왜, 너 부른 거 아니야 하고 말해주고 싶게 만드는 눈으로 올려다본다. 부른 거 아니야. 그럼, 앞에 세 글자. 아. 그러더니 조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 된다. 귀여운 녀석.

 ……그럼 그 뒤에 세 글자만 더.

 뭔가 욕지거리라도 적어놨을까봐?

 …글쎄, 궁금하잖아.

 됐으니까, 씻지 그래?

 조금 생각하다가, 그냥 무덤덤해지자 생각하고 해진은 정이진, 부르듯이 대답했다. 이진은 흐음, 하고 이번엔 대답이 아니라 고민하는 신음 같은 것을 흘린다. 선배, 그 뒤에도 계속 그래, 그래. 결국 몰라 가서 씻어 따위의 대답이 무색해지게 내용을 그대로 보고해버리고, 들고 있던 펜으로 낙서 위에 슥슥, 넓은 면으로 불규칙하고 X축 Y축도 없는꺾은선그래프를하나 그어버린다.

 …있잖아, 선배.

 뭐랄까, 사실은 조금 당황해있었기 때문에 뭐라 그럴지가 조금 신경쓰였다.

 왜.

 그러니까, 무슨 말이 하고 싶냐면,

 말해 봐.

 이진은 담담하게 돌아보면서, 웃었다. 선배, 귀여워.

 …니가 더 귀엽거든, 하고 따지고 싶은 앳된 눈이었기에, 해진은 그 머리를 툭툭, 건드리듯 건드렸다. 뭐라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쓰려면 선배 이름을 써야지.

 이진의 목소리엔, 언제나 그렇지만 장난기 따위는 없다.

 …어?

 또 쓰고 싶으면 정해진, 하고 선배 이름 쓰라고.

 …….

 저것도 농담인가, 한다는 소리 하고는. 해진은 생각하면서 뚜껑을 닫은 싸인펜으로 머리를 툭, 때렸다. 문득 획 몇개만 더 붙이면 저 정이진들이 전부 제 이름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ㅡ정이진. 응. 씻고 와, 깨끗하게.씻고 오면 또 할거야? 뭘 해, 뭘, 글쎄, 뭘까. 나이 먹으면서 느는 게 그런 것 뿐인가 싶을만큼부쩍 늘은웃음기를 옅게 비치며, 이진은몸을 일으켰다. 등이 멀어진다. 한쪽 어깨만 새카만 것이 꼭 보고 있으면 언제 뭘 흘려서 생긴 거지,같은 것을 떠올리게 되는 흰 식탁보의 얼룩 같았다.

 얼른 갖다 와.

 안 그래도 그러려고.

 아직 젖어있던머리 위로 한 차례 더 쏟아질 물줄기를 잠시 상상했다.

완전 뜬금없는 개헛소리 ㅈㅅㅈㅅㅈㅅㅈㅅㅈㅅㅈㅅㅈㅅㅈㅅ

ㄴㅇ리ㅏ멎ㄷ;기ㅏ너;ㅇ라ㅣ멎ㄷ;기ㅏㄴㅇ러ㄴㅇ라ㅣ머;ㅈ디가ㅓㄴㅇ;라ㅣ멎ㄷㄱ

무튼 이해 된지 얼마 안 되서구요O<-< 라고 해명을 해보았다 ㄳㄳ ㅣㅏㄴㅇ;리맞ㄷㄱ;ㅣㄴㅇ랴ㅕ;티ㅏ펌ㅈㄷㄱ

정이진이 왜 저런 소리 지껄였는진 해명하지 않을거야 ㅠㅠ 아 부끄러워/ㅋ..........앗시 저 지금 뭐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폭/발화/자살

어찌되었든 오늘부터 시험인 강리네/--를 위해 잠을 줄여가며 오늘도 일일일진진.

멋대로 막 갈겨서 조금 안습이구요/--.... 시간 지나서 또 안습 ㄳ 필요없어 아직 난 28일을 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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