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같은 나이의, 그러니까 조금 더 앳되고, 조금 더 서툴고, 그래도 조금은 더 바보와 거리가 있는ㅡ그러니까 자신의 현재와는 2년의 거리가 있는 그와눈이 마주칠 때면, 왜 그리도 이상한기분이 치미는 것인지. 에치젠은 가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데즈카 씨."
그가 아니다, 자신과 공유했던 모든 기억을, 자신과 나눴던 모든 체온을 모르는 그는, 아니 알래야 알 수 없는 그는. 아무리 그가 데즈카 쿠니미츠이며 세이??의 기둥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2년 후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그가 된다 할 지라도.
그러니까,
부장이라고 부르는 것을 그만두고, 자신이 사랑한 그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자신의 연인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선을 긋는다. 그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아니라고 부정한다.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고개의 움직임은 어째서인지 뻑뻑하고, 분필로 그렸는지 운동장 위에 그었는지 모를 그 어정쩡한 선 위로는 자꾸만 모래가 튀고 발자국이며 손자국이남아 흐려진다.
"아아."
그는 잔인할 만큼이나 자신을 사랑했던 그 때와 같아서ㅡ하다못해 부름에 대한 대답조차ㅡ, 어이없을만큼 슬프다. 슬픔을 느낄 때마다 에치젠은 사랑했던 때를 떠올리려 갖은 애를 써야했다. 그러니까 가령 가볍게 시합을 할 때라던가, 입을 맞출 때라던가, 같이 도시락을 먹을 때라던가, 한자어라던가 하는 것을 배울때라던가, 몸을 섞을 때라던가……그러다가 아직 어린 몸이 욕정에 시달려야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에치젠?"
하지만, 그러면, 뭐 해.
"응."
"…부른 용건이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그냥 한 번 불러봤어."
"……."
그러면 뭐 해?
"불쾌했어?표정굳어졌네."
"…안 될 것도없지만,"
그렇게 해서, 견뎌야 하는 이유가 뭔지조차 잊어버리겠어.
"부장."
"……."
"대답해요."
"…그렇게 부르는 건 오랜만이군."
괴로워, 부장.
"오랜만일 건 또 뭐야."
"개인적인 감상이다. 너야말로 불쾌했단 표정이군."
"…아니,"
왜 죽어버렸어? 그렇게 당신이 좋아하는 나를 두고,
영영 물을 수 없을 지도 모를 의문이지만, 의문임에도, 의문이기 때문에, 14세의 에치젠 료마는14세의 데즈카 쿠니미츠에게ㅡ아니 적어도 그에게만은,그런 것을 기분이 이끄는 충동대로 툭툭던져버릴 수 없다. 그저 그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말을 멋대로 뱉을 수 있을 격하기 그지없는감정 따위가 조금도 없느냐면 물론 거짓말이겠지만ㅡ그것을 누를 수 있는 이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쾌하지 않아."
조금도, 에치젠은 분명한 발음으로덧붙였다ㅡ비록 속삭임이었지만.
…그런가, 하고 미미하게 미소짓는 그의 일직선으로 굳어버린 것만 같던 입매를 에치젠은, 아,울만큼 깊이사랑했다. 그것만큼은 잃을 수 없어,치미는 것을 누르며 에치젠은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다가 조금 괴로운 기분이 되었다. 어린 자신은 아직껏 꿈에도 모를 기분일 것이다.
ㅡ제발, 누군가가
ㅡ그를,
아니
ㅡ저 어린 나를,
아니,
ㅡ…지금의 나를
ㅡ현재를 잃고 방황하는 나를
구하고 싶어서 여기에 왔는데, 그렇게 에치젠은 비명을 질렀다ㅡ…저조차 들을 수 없도록 작게.
6203345년만의 시계.
나는 진심으로 이 에치젠을 동정하고 이 에치젠을 사랑한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