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허구의 애매한 서화

/-- 저 왜 이래요?ㅋㅋㅋㅋㅋㅋㅋ

 어서 와.

 …….

 선배?

 "…어,"

 사실 당황한 탓에 저도 모르게절반쯤만 대답같이 되어버린 소리는 약간 비끄려지듯이 잇새로 흘러나왔다. 당황의 원인을 찾자면현관문을 열어주러 나온 상대에게 있겠지만, 사실 그 상대는언제나 그렇듯이 이진이었기에 사실그것에 놀랄 일을 찾자면…그러니까.

 "선배,"

 어느 새 눈높이를 맞추려면 턱을 조금 들어야하는 후배ㅡ이진은 표정관리에 실패했을지도 모를 자신의 얼굴을 살피다가,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해진은 빠르게 대답했다. 그래? 그래.이상한 표정인데. ……. 화장실 쓰고 싶어? 지금은 좀 곤란한데. …….

 솔직하게 자신의 표정에 대한 감상을 밝혀준ㅡ어떤 의미로 참 불친절한 발언이다ㅡ후배는,자신이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지, 꼭야단맞을 짓을 저지른 뒤 들켜버린학생즈음 될 법한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어서는,

 "아그렇지, 미안, 지금 막 샤워하고 나오던 참이라서."

 누가 봐도그 정도야 알 법한 소리를 한다.

 "……."

 제대로 물기 하나 닦지않은 몸 위에배스타올 한 장, 말하자면 '누가 봐도그 정도야 알 법한' 행색을 한 이진은, 해진을 문 안으로 들여보내고 현관 문을 도로 잠그는, 평소자신이 들리는 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을 착실히 수행했다.잠금쇠를 거는 손가락의 침착한 모양에서 해진은 알고 있는 것보다 긴 길이의 그림자를 느낀다. 그러고보면 뭔가 대답을 기다리는 듯한 눈친데 딱히 답해줄 말이 없었다.

 그저, 그리 길지도 않은 머리카락에서, 길고 무거운 물방울이 맺히자마자 떨어지는 모양에시선이 팔려있었다.조금 시선을 내리자 이진이 둥한 표정을 지으며 내려다보고 있다. 해진은대답없이 시선을 내려그 몸에 시선을 뒀다. 이진은 하다못해 머쓱한 표정도 짓지 않고 있다. 그러고보면 애초 옷을 벗길 적에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던 것을 기억해낸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 벌어진 어깨와 그 아래 적당히 균형이잡히고 단단해진 몸은, 그러니까 글자 그대로 잘 빠진 남자의 몸이었기에……이진에게는 맞지 않는달까 너무 어울린달까, 적어도 자신에게는 이상하다. 저런 몸이 아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또 적당히 마르고 어딘지 모르게 앳되던 소년의 몸을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그 위에 겹쳐보는 작업을 하다가, 왜 그런 눈으로 보느냐는 듯한 시선이 닿아왔기에,해진은 조금 당황했다ㅡ스스로에게.

 "…선배,"

 하지만 이번에는 덤덤한 표정이었겠거니 생각했다ㅡ특별히 무언가 마음이 동한 것까진 아니었으니까. 아마 그 생각대로일 것이다. 아니었다면 또 이상한 표정, 하고 그 목소리가 날아왔을 법하니까.

 "왜."

 지나치게 덤덤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던 그는 조금 웃었다.

 "화 안 났어?"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생각하면서 응, 대답하자그 눈은 그것으로 흡족해한다.

 "그럼 마저 하고 올게."

 이진의 벗은 등은 금새 자신을 등졌다. 척척척, 그런 소리가 날 것 같은 물기어린 걸음으로 다시 욕실로 들어가버린다. 현관에서 욕실까지를 잇는 가장 부드러운 호선 위로,그 족적과 같게 생긴 물자국이 네 다섯 개 즈음 생긴다.

 …….

 해진은 신발을 벗고 조용히,물자국을 피해 마루로올라섰다. 그러다가 그 물자국보다 자신의 발이 작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새 이렇게 자랐나. 그러다가 곧자신에게 배웠던 걸 해볼까, 하는 투의 기묘한 말을 하며 자신을 내려다보던 눈매를 떠올렸다. 그래, 자랐었지. 저렇게 자라있다.

 조금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일테지.

이진이 고2나 고3 즈음.<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