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득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방금 전윤하의 목소리가 안 돼, 하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지금 뭐……."
"안 된다고 말했어."
윤하의 목소리에는 온기도 냉기도 없었다. 잠깐, 그 전에. 자신의 침대 위임을 기억해냈다. 윤하가 자신의 위에서 입을 맞췄음을 떠올렸다. 가만히 그것을 받다가, 셔츠의 단추를 풀어내기에 안 돼, 조금 있다가부실에서, 술 약속 있잖아ㅡ라고 말하며 밀쳐냈던 것도. 아 그랬지.
"…그렇지 비체?"
동의를 구해봤자 악기는 대답하지 않는데도, 그 사실을 그도알지만 그래도 그저 예의상 하고 있는 일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윤하는 그 첼로를 힐끗 돌아본다. 조금 웃는 얼굴이 된다.첼로에 닿았던시선이이내 유쾌를 가장한무정함으로 돌아와, 다시 희원을 내려다봤다. 그래. 희원아. 차마 세 살 아래라지만, 제자라는이름과는 조금도어울리지 않는 눈이다.
"오늘은 안 된다고, 비체도 그러잖아."
…너는 대체, 하고 말하려는데, 그 뒤로이어야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늘은, 내가 독점할거야."
윤하의 눈은 같은 것을 말하며, 몸을 반쯤 일으키려던 희원의 어깨를 다시 찍어 눌렀다. 어깨를 누르는 손아귀의 힘은 강했지만, 고통스러울 정도의 압력은 아니었다. 다만 저항할 수 없었다.
어차피 걷지도 못 할거야. 비웃는 듯한 눈이었다. 명 형보다 더. 휠체어에 몸을 기댄 지 몇 년이 되어가는 친우의 이름을 거론하며, 아니, 휠체어에 올라가지도 못 할거야, 문은 잠겨있고, 나는 선생님을놔 줄 생각 없으니까. 윤하는 웃었다. 나한테 내내 시달릴거라고. 미소짓는 입매에서 드러난 치열은 잔인할만큼 정연해서, 지나치게 격하고 불규칙적인 그와는 이질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알겠어?"
희원은 잠시 그 눈을 마주했다. 혼란이 찾아들었다.견딜 수 없었기에,눈을 감았다.
나직하게 웃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머지않아미지근한숨결이 찾아들었다.
"…선생님이 실수한거야."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면서, 윤하가 속삭였다, 아니 경고했다.
부드러운 속삭임이었지만, 몸 위를 기어오르는 뱀 같다는 기분을 받았다.
"거절하면 안 돼, 나를."
그만, 하고 무심코 생각했다.
"분명히, 기분 좋을거야."
"……."
"ㅡ희원아."
무엇을? 그것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