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는 소질도 흥미도 없었지만, 엘리베이터가 고장난아파트의5층 계단을그 날은 거의 전력질주에 가까운 속도로온 힘을 다해밟아올라갔다. 왠지 그래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턱없이 늦어버렸다는 기분밖엔 치밀지 않았다. 숨이찬 와중이었고 한국 땅을 밟은 것도1년 만이었지만, 그런데도,508호를 찾는 것은정말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1년 전만해도 집처럼 드나들던 곳. 변함없이 조금 낡고 쥐죽은 듯이 조용한 아파트의 복도의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그 집에 둥지를 틀고 살아온부자(父子)를 자신은 가족처럼 여겼었다. 가족처럼. …가족처럼.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
문을 열자,싸하게 식은 공기가 훅 하고 끼쳤다. 냉랭하다기 보다는 비어있다는 느낌의 그것에, 뛰어올라 오느라 흐른 땀이 식은 것 같단 기분이었다. 분명히, 입시공부 중에도 야무지게집 안을 쓸고 닦던이진의 손이 타 깨끗해야 할현관 신발장의 거울에 먼지가내려앉아있었다.이진의 운동화 한 켤레 만이 그 곳에 조용히 자리하고있었다. 오랫동안 신지 않은 것처럼, 그러면서도 막 벗은 것처럼 반대쪽 신발을 밟아 벗는 것을 돕는 모양 그대로. 아니,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진아,"
그 집은현관에서 세걸음을 들어오면한 눈에 베란다가 들어온다.불렀지만, 목소리가빈 집에울릴 뿐이었다. 베란다로 뚫린 창을 통해누런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 빛을 한 몸에 맞으며, 그 몸은 그저 앉아있었다. 벽에 등을 기댄 채, 멍한 표정으로 베란다 너머를 지켜보고 있었다. 외롭고 두려워서견딜 수가 없어, 그런 소리없는 비명을 그 등은 지르고 있었다.
"……정이진?"
형제처럼이나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이는, 죽은 듯이 눈동자를 굴려 자신을 시야에 담았다.
"…왜 전화도 안 받고 이러고 있어."
뭐하는건지/--
계속 야한거 고파하다가 이런거 쓰려니까 안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