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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17. 愛していると君が言う (사랑한다고 그대가 말하다)

かもしれない35題 / C.O.A. / 의연

17. 愛していると君が言う (사랑한다고 그대가 말하다)

060913 / Written by Appeal

 사실, 그리 다를 바 없는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자신의 침대 위에 정중하게 가부좌를 튼 채로, 의겸은 잠시 한숨을 쉬는 듯한 음성을 흘렸다. 마치 자신의 몸 위에 올라 있을 때 이따금씩 뱉던 격한 숨소리 같았다. 난처하다는 듯이 미간이 구겨져있다. 요컨대 그의 그런 표정을 보는 것은 손에 꼽힐 정도였고, 그 때마다 자신은 그의 표정에 동요했다는 것이다. 어김없이.

 「당신에겐 말하지 않으려고 했었습니다, 만.」

 침착한 목소리였지만, 소리에 예민한 자신의 귀에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톤으로 들렸다.

 「…아니, 참고 기다릴 자신이 있었, 지만.」

 미간이 펴지고, 그는 다시 교연을 똑바로 응시했다.

 「더 이상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당신도 저도.」

 웃음기도 울음기도 없었지만 딱딱하거나 사무적인 표정도 아니었다.의겸은, 그의 알래야 모를 무미한, 혹은 너무 많은 것이 한꺼번에 쓰여있어 복잡해진 표정을 만드는 안면근육들을 특별히 제어할 기분조차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앞머리를 쓸어올리듯 이마를 짚었다. 사실은 머리가 아팠다.

 「……?」

 「한 번만 말하진 않겠지만, 되묻지 말고 들으십시오.」

 곤란하다는 건 무슨 의미야, 물으려는데 평소의 한 마디 한 마디 사이의 여백이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가 이어졌다.

 「교연 군,」

 의겸의 눈이 묘하게 초점을 두지 못하고 헤매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

 「…윤교연 군,」

 눈꺼풀이 한 차례 내려감겼다가, 침착하게 다시 뜨인다. 사실은 무척 가까이에 그가 있었다.

 「……왜.」

 눈이 마주치자,의겸은 기묘한 표정인 채로 먹먹하게 자신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아주 기묘한 웃음을 지었다.무척 불쾌하고 곤란하다는 듯이, 입가는 약간 구겨진 채였다. 하지만의겸은 찰나 자신이 시선을 피하게내버려두지조차않았다. 입술이 그런 말을 했다.

 「좋아하고 있습니다.」

 「…….」

 무어라 말은 커녕동공조차 어떻게반응하기 전에, 의겸은그 무릎께로 시선을 내리깔아버렸다. 이제뭔가를 말하는작약빛 입술도 자신을바라보던진흑빛동공도 자신의 시야 안에 없었다. 하지만 의겸의 목소리만은 열린 귀 안으로 다시 스며들었다.

 「…좋아합니다, 교연 군.」

 떨림도 억양의 격한 변화도 없었지만, 교연은 그가 평정을 간신히 가장하고 있음을 알았다.

 …저는, 뭔가 읽은 것도 주워들은 것도 겪은 것도 본 것도 많은 편입니다만, 더 이상 무슨 말을 해드려야 제 기분을 아실 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도 하나 없습니다.

 하지만 그를 마주할 때의 교연이 간신히 붙들고 있어야 했던 평정마저, 그 목소리는 헤집고 흐트러뜨렸다. 목소리가 한 걸음 멀리서 들리는 듯 했다……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

 그의 얼굴을 거의 가리고 있는, 그검은 머리카락이 기묘하게 흐렸다. 느리게, 그는 다시 이마에 손을 짚었다.검은 머리카락이 두개골의 모양을 따라 흘러내리는 모양에 시선을 뒀다. 고개를 들었던가? 남자치고는 창백한 편인 얼굴이 드러났다. 눈이 마주쳤나? 하지만그는 여전히 시선을 모를 곳에 둔 채 한숨같은 소리만을 입 밖으로 흘렸다. 문득 치밀었던 불안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갑자기 왜 그래, 하고 되묻고 싶은데 무엇 때문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혀를 차는 듯한 소리가 들린 것도 같고, 자조하는 듯한 웃음을 본 것도 같고, 한숨 소리를 들은 것도 같고……그런데도, 의겸은 다가오지 않았다.

 「…우십니까?」

 아, 울고 있었나. 맑게 얼룩진 시야에, 여전히 조금 찌푸린 채로, 의겸은 웃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의는 좋은 애야. 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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