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의 말을 빌리자면, 체육시간에 선배들이 농구며 피구같은 걸 하며 수험스트레스를 푸는 사이 그 '가엾은 1학년'들은 윗몸일으키기 기록을 재고 있었다. 만점이 몇 개라고 했더라? 아니, 몇 개고 뭐고 간에, 그런 체육 수행평가 정도에 목숨을 건 마냥눈 앞의 급우는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지금 막 스무개째를 간신히 채우고 있었다. 스물 하나, 하고 이진은 지루하게 뱉었다. 온 힘을 다해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몸을 누르고 있자니 기분이 기묘하게 불쾌했다. 그도 그랬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삐이, 1분이다. 그만!」
분명한 것은, 별로 그를 떠올린 것은 머릿 속에 그가꽉 들어차있어서라던가 하는 로맨틱한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스물여섯 개요. 약속했던 대로다섯 개를 더 붙여서이진은 체육부장을 향해 뱉었다. 아직 상기된 얼굴이 가시지 않은 그 급우와는, 번호가 맞붙었기에 얼굴은 익어있었지만 이름은 알지 못했다. 아마 통성명은 했던 것 같지만 제대로 듣지 못한 탓이다. 고맙다는 듯한 눈빛으로 올려다보길래 뭐, 하고 몸을 빼내듯이 일으켰다. 불쾌감이 조금 줄고, 신경써야 할 것이 많이 줄어들고, 눈높이가 높아진다.
시야가 다시 넓어지자, 체육관이 한 눈에 들어왔다. 1학년들의 반대편에서는 3학년 여학생 몇몇이 한가하게 배드민턴을 치고 있고, 그 배드민턴 무리와 1학년들의 절반쯤 되는 사이에 있는 농구골대에서 3학년 남학생 몇몇이농구를 하고 있었다.또 몇몇은 그 공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을 만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하릴없이 공놀음을 구경하고 있다ㅡ그 사이에는 아는 얼굴도 끼어있다. 그러니까,
괜히 그를 떠올린 것이 아니라, 그가 거기에 있었기에 마침 생각난 것 뿐이라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