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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Just A Moments

02. 24세의 3월 초순, 진지한과 이연아의 새벽 2시 11분.


Maybe Love B27. 最後の夜 (마지막 밤) ▷




 지한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연아의 흐느낌은 여느 때의 감창보다도 달콤하고 구슬퍼서, 사실 머리를 쓸면서 잠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래서는 안 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한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충실하기로 했다, 라는. 이번이 두 번째가 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일을 저질러도 좋다고 속삭였던 것은 한 때의 연아다.

 그 한 때에 제 아내가 될 줄 알았던 여자는, 실연의 순간 자신의 품에 안겨 울지도 못했다.

 「ㅡ나는 혜인 씨가 줄 수 없는 걸 이 사람한테 줄 수 있어요.」
 라고 말했던 연아의 역겨울 정도로 투명했던ㅡ그래서 마음이 끌렸던ㅡ웃음 앞에, 잔뜩 구겨져 볼품없는 웃음을 내놓았을 뿐, 저요, 전 괜찮아요 선배,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그 앞에서 지한은 처음으로 그녀의 외모를 꼼꼼히 뜯어보고 조금 감탄했던 것 같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손가락에 끼워져있던 반지를 빼내 테이블 위에 소리없이 올려놓았다. 그것이 끝, 아니 끝은 아니다 : 연아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를 남겨두고 일어설 때 지한은 들었던 것이다.
 ㅡ그녀의 깨끗하고 정갈한 손톱 하나가 부러져 바닥을 튕기던 미미한 소음을.

 그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혜인의 마지막이었다.

 "연아."
 불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지한은 그의 이름을 부르고 만다.

 "ㅡ으응,"
 거짓처럼 흐느낌이 멎는다.

 "으응? 지한아,"
 왜 인간이란 이토록, 괴로워할 때 아름다울까.

 "말한 적 없었지,"

 ──.

 "좋아했어."

 라고, 조용히 지한은 '옛 연인'을 올려다보았다. 문득 현기증이 밀려왔다. 이 말은 해서는 안 됐다.
 시작할 때 지은 죄 때문에 처음도, 마지막도, 가장도 최우선도 되지 못했던, 하지만 그랬기에 오히려 지한에게 있어 무언가가 되어버리고 만, 이름은 연아라고 한다. 이따금씩은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해서 아껴왔어."

 지한은, 혜인에게 지은 죄마저 끌어안고 그를 아껴왔던 것이다.
 연아는 눈을 감아버렸다. 자신의 뺨으로 따뜻한 것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너와 여생을 같이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
 "…──,"
 "'그랬었어.'"

 하지만 그 모든 사실이, 모조리 과거형이 되어버릴 것이다.
 아니, 이미 되어버리고 말았다.






In Fob Chain Messenger 8.0* : Written by Appeal
진지한 24세, 이연아 24세. 지한은 속에 담아두는 말이 적은 편이다ㅡ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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