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도 사람은 죽고, 원怨을 품고 죽은 영은 변질되어 이현상異現象을 일으킨다. 의뢰인과의 실랑이가 길어져 며칠이나 애를 먹었던 제령 케이스가 어떻게든 마무리되었다. 단이 이틀을 내리 쉬고 일주일 만에 사무실로 출근했을 때, 거기에는 처음 보는 산 사람이 있었다. 엽이 필드팀에 들어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신규 채용이라니, 뜻밖이라면 뜻밖인 인사人事다. 그러나 멀뚱멀뚱 서 있을 때가 아니었다! 말단의 입장이 익숙한 단에게 후배는 언제나 소중한 존재. 단의 눈에 그는 어쩐지 서성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므로, 길게 자리를 비운 것이 조금 아쉬워졌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오신 분이시죠?”
초면에 말을 걸어도 경계 받지 않는 일만은 자신이 있으니까.
“아하하, 인사가 늦었네요. 처음 오신 날에 밥이라도 샀어야 하는데.
저는 비단이에요.”
밤처럼 짙은 벽안 한 쌍이, 단이 내민 손을 향해 잠시 시선을 떨어뜨렸다.
(누군가 신입 맞이는 잘 해줬을까?)
(인사팀에서 오리엔테이션은 받았겠지?)
(자리는 어디지? 외근은 나가봤나? 점심은? 식당 위치는 알겠지?)
(아! 입사하는 날 회사에 있었어야 했는데!)
물론 단은 단의 선배들을 전부 좋아하지만, 그들이 당연히 여기는 일과를 잘 설명해 줄 인재는 많지 않다. 그것보단 워낙에 외근이 많아, 애초 자리에 없는 일이 다반사이고. 영능력자는 그 중에서도 수가 적다.
“아. 네. 근무는 주간, 야간, 휴무 순서로 돌아가는 게 보통인데 선호하는 패턴이 있으면 조정해주는 편이에요. 일은 사무 팀에서 문서화되어 넘어오고요. 혼자 일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보통은 조를 짜서 움직이는 편이에요. 외근을 다녀오면 다녀온 내용에 대해 서류 작업을 해야 해서 외근과 내근을 번갈아 하게 되죠……. 음, 제 시프트라도 한 번 보실래요? 야근이 많긴 하지만 참고가 될 것 같아서. 8월 첫째 주 보시면, 저는 이런 식으로…….”
이러쿵저러쿵. 어쩌고저쩌고.
세상과 통성명을, 이어서 연락처 교환을 마치며 단은 몇 가지, 단이 처음 입사했던 시절 알고 싶었던 것을 지나가듯 조언하였다.
“세상 씨.”
이승의 산 자로서 저승의 일을 거드는 입장에는 어쩔 수 없는 혼란이 따르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3년째 이 일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명부의 이름을 읽을 수도 없고, 영을 포박할 포승줄도 없죠.”
살아있기에 가진 제약이 있음을.
“그래도 할 일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것만은, 산 자로서 현장에 나가는 이상 계속 견뎌야 하는 일임을.
세상의 서성임은 조금도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단에게도 사무실에 앉아 무엇을 하면 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 무작정 지나가던 차사 선배―물론, 그 때엔 회사 안의 모든 사람이 선배였지―를 붙잡고 현장에 데려가 주십사 부탁했던 날이.
“앞으로 잘 지내봐요.”
조금 더 어렸던 날을 회상하며, 단은 어깨를 으쓱이고 말았다. ■
1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