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 영 에스텔은 땅 속의 방공호에서 태어나 지상에 향수鄕愁를 느끼지 못하고, 무미건조한 삶에도 큰 불만이 없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양질의 교육을 받았기에, 우리의 세대에는 이 행성을 재생할 수 없으며, 잔존한 인류는 앞으로 계속 지하에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빠르게 깨우쳤다.
그러나 번민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주어진 일이라고 믿어왔다.
멜로디,
너와는 파장이 잘 맞는 편이지.
학창 시절을 공유한 마지막 후배는 네브와 썩 비슷한 것을 흡수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비슷한 것을 좋아하고 비슷한 것에 성심을 다하여 왔다. 같은 뿌리와 줄기를 가진 것은 아니기에 가끔은 같은 것을 원하여 다른 선택을 하거나, 다른 이유를 염두에 두느라 같은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그 선택의 이유를 모르는 사이가 아니었다. 크게 웃거나 소리 내 우는 일도 적은 네브라도, 품 안의 멜로디가 단순히 동요하거나 동정심에 슬퍼하는 것이 아님을 짐작하였다. 손바닥 안의 세찬 박동이 서서히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눈을 감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것은 분憤이었을 것이다.
“아마 이전에 공부만 하던 그 어느 때보다도 긴 밤을 선배와 함께 지새게 될 것 같으니까요.
그러면 저는 못할 게 없답니다.”
멜로디의 고무된 목소리에서 오래 전부터의 유대를 느낀다. 때문에 어떤 사유思惟를 거쳐 비프로스트에 돌아올, 아니 우리의 토양이었던 곳을 직장으로 삼을 마음을 먹었을지 굳이 서둘러 캐묻지 않았다. 네브는 언제든 멜로디가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왔다.
“돌아가면, 할 이야기가 많겠네.”
정말로 무엇이든 해내어 이 지구와 인류를 구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뭐든 할 수 있을 거야.”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하였다. ■
200901
후배 멜로디와, 센트럴로 돌아가는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