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걸요, 그럼 헤일리가 우리의 함장이려나요.”
우주 탐사를 떠난 우리들에 대해 잠시 가벼운 상상을 나누어 본다. I don’t believe in the no-win scenarios. 그런 대사를 하는 옐로우 셔츠를 입은 헤일리 나이텐게일 함장의 모습도―자리에 없지만 네브 멋대로 그렇게 했다―, 페이지 건을 쏘며 세련된 액션을 선보이는 전술 장교 메레디스 블랙우드의 모습도 상상해보았다. 잠깐, 이 장르라면 레드 셔츠는 아무도 안 입는 편이 좋지 않을까? 다 같이 블랙 셔츠를 입자. 그러나 무슨 색의 옷을 입었든지 간에, 트럭 대신 우주선을 타고 원대한 항해를 떠나는 이야기는 우리의 것보다 훨씬 희망적이고 밝은 미래 위에 펼쳐져 있는 듯하다.
“……그곳에는 친절함이 있었다.”
잠을 방해하지 않을 부드럽고 고저가 적은 목소리로, 황폐한 지구 위의 네브 에스텔은 종이 위에 인쇄된 문장을 읽어내렸다. 그곳에는 친절함이 있었다. 사람들은 나와 한 노인 그리고 심하게 기침을 하는 젊은이가 추위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고 여기고 … 가장 따뜻한 곳에 넣어주었다. 따뜻한 곳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밤이 되면 우리는 어느새 그곳에 있었다.
“인간이 잃지 않는 이런 친절함은 굉장한 것이다.”
어깨에 기대어 준 멜의 체온이 의지가 된다.
네브는 멜이 제 목소리를 자장가로 삼아주어도 심야 라디오로 삼아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굉장한 이유는, 어둡고 추운 곳에서 발가벗겨진 채 있는 우리에게 남은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상상, 맞닿은 온기, 오래된 SF 소설, 포터블 디바이스의 희미한 불빛.
우리에게 남은 몇 안 되는 것들을 나누며, 차가운 밤을 흘려보낸다. ■
200831
친구 멜과, 어깨를 맞대고 밤새 책을 읽으면서.
언급된 작품은 스타트렉 시리즈와 어둠의 왼손. 어둠의 왼손은 본문 일부를 발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