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허구의 애매한 서화

지금까지 없었다면 다음에는 생길 것이다

 

그렇게 물으시니 영 좋은 일이 생각나질 않네요.”

말하자마자 아차, 싶었다. 하지만, 어쩐지 지상에서 좋았던 일 같은 것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이야깃거리를 청한 에이든을 위해 후배된 도리로, 네바다는 네바다 나름의 재롱을 부리는 중이었을 것이다. 난생 처음 쉘터 밖으로 나왔던 날, 가져본 적 없는 하늘에 시선을 빼앗겨 폴라로이드 필름을 전부 써버린 이야기 따위를 재미있게 들어주는 사람은 몇 되지 않으니 그것으로 충분했을 텐데, 정직하다 못해 분위기를 깨는 실언을 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평소답지 않게 정제하지 못한 대답을 후회하던 사이,

지금까지 없었으면 다음엔 생길 걸세.”

그가 그렇게 말해주었으므로, 어쩐지 눈앞이 조금 시큰해졌다.

그럴까요?”

엷게 웃어 보였지만, 앞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것은 그저 위로일 뿐이다. 조금이라도 멀리 보기 위해, 살아남은 이들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암담하게 얼어붙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만 한다. 밀려드는 허무와 싸우면서도 비관하지 않기 위해, 견디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그렇기에 너무나 다정한 위로였다. 네바다는 서글픔을 느끼고 말았다.

죄송해요. 어리광 같은 말을 해버려서.”

안경을 고쳐 쓰며 슬픔을 가다듬는다. 지금까지 없었다면 다음에는 생길 것이다. 그 문장을 간직하였다.

슬픔 또한 감내해야 할 사명이었다.

 

 

 

200831

에이든으로부터 좋은 위로를 받아 작성한 긴괄호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