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즐거운 상상을 해요. 예를 들자면…….”
그 뒤로 이어지는 마레의 말에 림은 낮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마레, 몇 번 사막을 넘어보며 한 생각이지만……. 사막길을 함께 한 사람들과는 어쩐지 좋은 연을 가져가게 되더군요.”
아마 크고 작은 고난을 함께 해서일 수도, 그 여정에서 쉬이 숨길 수 없는 본연의 면면들을 이미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서로에게 면식 없는 타인에 비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동행同行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고, 함께 넘은 사막이 그러하듯, 재회의 반가움에는 깊이가 있었다. 진기하게 여길 수 없는 담배 연기에야 이렇다 할 감흥이 없다지만, 사막을 함께 넘었던 티무르 마을의 대장장이 형제들이나 알마스와 재회하였을 때에는, 림도 어떠한 감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넓은 세상이지만,
생각만큼 멀리 갈 수는 없는지도 모른다고.
“세상이 넓다고는 하나, 마레의 말대로 우리는 인간의 몸이니까요. 우연도 인연으로 소중히 여기고 살아간다면 다시 만나게도 되지 않겠습니까.”
조금 생각한 뒤 림은 말을 이었다,
“이렇게 할까요. 그 언젠가 다른 곳에서 당신이 절 알아보지 못한다면, 제가 당신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도록 하죠.”
예를 들면,
“또 만나는군요, 마레.
이것도 인연인데, <저번처럼> 한잔 하는 것은 어떨까요.”
……하고 말이죠.
림은 평소와 같이 차분한 얼굴이었으나, 심지가 있는 농담을 건넸다. 왜냐하면 마레와 했던 대작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고, 언제일지 모를 재회의 날까지 그를 미뤄둘 필요는 없을 것이기에. ■
200403
긴멘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