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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정처 없는 삶

 

 

사막 너머의 모험에 대해 들뜬 듯 말하는 마레를 향해 평온한 시선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온 세상이 모래와 하늘뿐이었던 나날도 흐르고 지나, 이제 마레의 어깨 너머로 풀이며 바위가 보이는 풍경에 이르렀다.


“그것도 좋겠군요.”

그렇게 말한 림은 북부 그 너머의 사람이다.

 

“그간 남부 사막에서 머물렀다고 했죠. 사막 북부도 손님에 대한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으니 지내기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 너머에는, 당신도 아다시피 또 다른 사람들이 또 다른 양식을 갖추어 살아가고 있지만요.”

 

우리는 이 길에서 쉴 수 있는 마지막 마을에 있다. 이 마을의 주민들 역시 떼 지어 온 손님을 친절히 대접하였다. 림은 흥겨운 장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자리에 앉아 대낮처럼 밝은 불길을 바라보았다. 이 불은 밤새 꺼지지 않고 타오르며 고인을 기릴 것이다.

림 역시 수년을 정처 없이 떠돌며 살아왔지만, 손님의 마음이었던 적은 많지 않다. 언제나 고용과 계약에 따라 타인의 목적에 맞게 움직였으므로, 낯선 땅을 밟으면서도 걸음걸음을 여행이라 느낀 적은 없다. 그것은 그저 돌아가지 않기 위한 방랑에 불과했다. 그러다 문득 집에 두고 온 사람을 떠올리고 만 것은, 매인 것 없는 삶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즈음이었다.

 

“당신에게는,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의 모든 일이 계속 여행이겠군요.”

 

아이에게 조심스러워 술도 담배도 숨기려 했다는 마레의 가족들에 대해들은 기억이 있다.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새로운 경험을 사랑하는 그는 당분간 그들에게 돌아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어쩌면 돌아갈 곳이 있기에 타지에서의 경험을 여행이라 여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림의 발걸음도 조금은 여행에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으로서의 삶에는 체력도 복도 따라야겠죠.”

 

마레의 계속될 모험에 그가 원하는 만큼의 힘과 행운이 따르기를 조용히 응원하였다. ■

 

 

 

 

 

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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