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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짓궂은 애정

 

 

“림이 짓궂게 애정을 표현하는 분이신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호기심만 잔뜩 드오. 구해주신 분 배우자에게도 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었소만은.”

여느 때보다 밝은 얼굴로 말하고 있는 오르노에게 그렇게 대단한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그 자리를 지나갔다면 그를 도왔을 일인데,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림이었을 뿐인 일이었다. 림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진솔한 은의恩意의 표현을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벗에게 하듯 친근한 손길 위로 다른 손을 덮어 잠시 잡아주었다. 식어있는 손바닥 아래로 따뜻한 산 자의 체온이 느껴졌다. 오르노는, 이렇게 살아있다.

누구라도 구했을 것이라니…….
문득 경솔한 겸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일어난 이별과 막을 수 없었던 수난이 있었으므로, 림이 그저 인간 된 자의 도리를 생각했을 뿐이라도 그를 소리로 말할 수는 없다.

“난 짓궂은 걸까요.”

그렇기에 오르노의 응석같은 말에도 쉬이 남편의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림에게 그것은 묻어두었던 기억을 파헤쳐 흙을 털어보는 작업에 가까웠다. 그런 정도의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지 림은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간 못할 짓을 많이 하긴 했군요. 나라고 그러려던 것은 아닌데.”

사별한 이와 돈독한 사이였다고 들었다.
애정愛情이란 것이 꼭 부부나 연인 사이의 애틋한 마음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나, 오르노에게 남편이 그러하였기에 림의 시큰둥한 소개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정다움을 느낀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

“하지만 당신의 부군에게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건 저 역시 애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그에게는 한 번 더 마음이 쓰이고 마는 것이었다. ■

 

 

 

 

 

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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