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모든 문의 이음매와 잠금장치를 확인한 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방 안에 갇혔다. 잠긴 문이 다시 열릴 때까지, 황제의 결정을 필요로 하는 중대한 사안들에는 일절 진척이 없을 것이다.
"나와 갇힌 것이 별로인가요?"
그것을 그라고 모를 리 없지만, 콜린스는 내내 느긋한 태도였다. 신체적 활동의 자유를 절찬리 침해당하고 있음에도, 오랜만의 휴식을 반가이 여기는 것 같다. 한은 한 자리에 고요히 앉아있었다. 붉은 머리칼의 황제는 종종 무엇이든 자신의 마음대로 해낼 수 있으리란 데에 의심이 없는 것처럼 굴었는데, 지금도 언제든 이 방에서 나갈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같이 갇히는 사람이 누구든 감금을 반길 이유는 없겠죠, 폐하."
일련의 동의나 반대를 더하는 대신, 한은 정론을 말했다.
"나쁘지 않은 점도 있지 않나요?"
"예를 들면요?"
"같이 있을 수 있잖아요."
"늘 폐하의 곁에 있는 걸요."
"평소에는 일거리도 함께니까요."
"아하하." 한은 잔잔히 웃었다. 어쨌든 한은 황제가 가장 중용하고 있는 모사였으므로 콜린스와 같은 방에서 보내는 시간만은 여느 비빈들보다 길 것이다, 그 방이 침실이 아니라 집무실일 뿐.
그리고 휴식 시간은 끝났다.
"이제 나갈 시간이네요."
감금된 처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였다. 사우스-이스트 항구의 무역권 이슈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마쳤다. 이제 갇힌 사람끼리 키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는 짖궂은 매뉴얼의 검증만이 남았다. 한이 손짓하자, 간단한 손짓 하나로 온 제국을 들썩일 수 있는 이가, "그대가 그렇게 정했다면." 하고 몸을 일으켰다.
어쨌든 그는 한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맡기고 싶은데."
"그럴까요. 가까이 오세요."
입 맞출 수 있도록, 까지 말하지 않아도 그는 한의 발치에 무릎을 대고 한이 허락한 거리까지 몸을 좁혀왔다. 주홍빛 눈동자 속에서 은은하게 일렁이는 불길을 한은 잠시 내려다보았다. 입맞춤 한 번을 위해 연인을 가장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러한 스킨십에는 동의 이상의 다정한 관례가 따르기 마련이었다. 한 손을 들어 그의 어깨에 짚고, "눈을 감으세요, 폐하." 잠시 기다린 뒤에 말하자, 눈앞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노아, 그 호칭이 아닐텐데."
콜린스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한은 순순히 입술을 열었다. "니키."
그 방에서, 한은 사우스-이스트 항구를 위해 두 가지 안을 저울질하였다. 하나는 길드끼리 경쟁하게 하여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는 길드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 다른 하나는 간단한 허가 절차를 밟은 상인이라면 누구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국고 수입과 지역 상권 활성화 중 후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나, 유력 길드들의 반발이 거셀 것임은 자명했다. 콜린스는 한의 설명과 조언을 차분히 들은 뒤 감수해보자고 답하였다. 아마, 모두 그가 원하는 대로 될 것이다.
191110
키못방... 같은 방이 실재할까? 무튼 리퀘로 적은 것
여튼 정규 세계관 내의 로그가 아니라서 기존의 작제 매너와 분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