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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탐조探照






정은 그 길목에 서 있었다. 도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건만, 활기 넘치는 청룡문 안쪽과는 공기의 맛부터가 다르다. 평북으로 빠져나가는 길 중에 변변한 것이라곤 이 길 하나뿐이었으므로, 민원을 전해 듣자마자 바로 어디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말을 탈 수도 있었겠지만 정은 함께 걷는 것을 선택했다. 신고자를 찾아 곯아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발견되곤 한다는 곳까지 왔지만, '지금' 이 곳은, 정확한 현장이 아니었다. 해가 아직 하늘에 걸려있다. 


"행인들을 잠재우는 연기라니……. 

용케 이런 계절에 사상자가 없었군요." 


멀건 광원光源을 올려다보는 정의 옆에서, 동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탐조探照

2






신고자의 증언에서 신경 쓰였던 단어가 있었다. 요사스러운 '연기'. 모쪼록 연기熏의 일이라면 화종和種의 접근법이 필요할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는 인적 피해도 물적 피해도 없는 일이지만, 한겨울에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노숙이라니, 단순한 조치라도 해두지 않으면 동료의 말대로 시체를 치울지도 모른다. 가령 통행금지같은……. 모쪼록 경군京軍과 상의하여 수속을 밟을 일이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들이 말하는 연기가 희뿌옇다는 것이 걸립니다. 목격된 시점도 조금 다르고요." 


영감이 없는 탓인지 정은 그 때까지 현훈을 실제로 목격한 일이 없었다. 보지 못했다고 하여 그것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응을 위해 나라에서 별도의 조직을 만들 정도의 일이 아닌가ㅡ심지어 정은 그 조직에 적을 두고 있다ㅡ. 의심하기엔 너무나 많은 목격담과 피해가 존재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검은, 


연기가, 


묘한 연기가 어느 샌가, 

어떤 질나쁜 장난을 저지른 뒤에 도망쳐버린 흔적처럼 남아, 

지극히 당연當然해야 할 일상의 무언가를 이상異常하게 만들었다고. 

그렇게들 말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원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요사스러운 연기'는 현훈玄熏의 흔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했다. 


"현훈이 아닐 수도 있을까요." 


동료도 고개를 갸웃하였다. 그러나 당장은 아무것도 결론지을 수 없다. 


"일단은 입구로 돌아가죠." 

"좋습니다." 






* * * 






"그렇죠, 그렇죠. 목이 좀 좋습니까. 평북에 가려면 다 우리 주막 거치게 되죠." 


정들이 사건 사이의 공통점을 짚어보다 찾게 된 것은 입구 근처에 자리한 주막이었다. 목이 좋다는 그의 말대로 규모가 제법 큰 주막으로, 식사시간을 넘겼음에도 몇몇 손님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인이 자랑한 대로, 먼 길을 떠나기 전에 몸을 달래며 만전을 기하기에 좋은 지점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으스대던 남자가 아차, 싶었는지 부지런히 말을 덧붙였다. 정들이 어디서 무엇을 위해 온 사람들인지 이미 제복과 증표가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밥장사하는 곳이라 고민이 많습니다. 우리도 빨리 그 연기가 없어졌으면 하지, 도움되는 것은 하등 없어요, 나으리." 

"그러시겠죠. 얼마나 심려가 크십니까……. 그나저나 밤길이 위험하다는 소문은 이미 파다할 것 같은데, 장돌림들은 어떻게 하고들 있답니까?" 

"해 뜨자마자 부랴부랴 출발하는 수밖에 없지요. 그러느라 장날 맞춰 도착하기 부쩍 힘에 부친다는 모양입니다." 


동료가 당신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며 화제를 돌리는 동안, 정은 밥장사란 그의 말에 관심이 기울었다. 

평북을 향하는 행인들이 모두 숙박을 하진 않더라도, 이 주막에 들렸다면 반드시 식사를 하고 출발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미쳤다. 


"주인장, 저희가 부엌을 좀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 * * 






부엌 안은 아궁이의 열기 때문에 훈훈하였다. 물을 끓이고 있는 가마솥에 잠시 시선을 두었던 정은ㅡ그 와중에도, 종업원 하나가 바삐 들어와 아궁이의 불씨를 살피고 갔다ㅡ, 흩어져있는 식재료들을 둘러보다 문득 부엌 구석에 놓인 항아리에 눈을 두었다. 눈에 띄는 빛깔이 아니라 얼핏 봐서는 지나칠 뻔하였다. 크기로 보아서는 쌀독도 아니고, 장독도 아니다. 무엇보다 항아리 하나가 그런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있을 이유를 쉬이 짐작할 수 없었다. 


"이건……." 


정은 그것을 신중하게 들여다보았다. 부엌일을 알지 못하는지라 이렇게 작은 항아리의 용도를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안은 비어있었다. 어딘가에 그을린 듯, 불길의 일렁임을 닮은 검은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한 손으로 집어 들자, 기묘하게도 어두운 항아리 안쪽으로 빛이 새어들었다. 자세히 보니 바늘인지 송곳인지 모를 크기의 작은 구멍이 하나, 둘, 아니 여섯 개가 뚫려있다. 동료에게도 보여주자 그가 의아하다는 듯 물을 담는 항아리는 아닌가 보네요, 말했다. 


"가져가서 조사해볼까요." 


정은 조금 생각하였다. 


"제가 주인장에게 말하죠." 


결정을 내렸다.  ■








190119

메인 이벤트 로그. 모브 동료를 하나 급조하였음

사실 탐색해서 현훈을 찾았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퇴치는 못하고 인벤토리에 소장했다...


2님의 애완 현훈(메타적 의미). 귀여움(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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