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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윤潤






"금의문을 넘는다는 말이 있는데, 혹시 들어봤으려나." 

"금의문? 그게 뭔데." 


궁궐 안으로 이어지는 문이기에 출세出世의 상징이 되어버린 그것. 

설은 객지에서 온, 아니, 그 문제가 아닌가, 모쪼록 속세俗世의 말과 풍속에 익지 않은 동행이었다. 그에게는 금의문이 어디에 붙은 문인지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었던 모양이다. 정은 설을 향해 가볍게 미소하곤, 손바닥을 써서 두 사람이 향하고 있던 곳을 가리켰다. 설의 눈길이 정의 손바닥을 따라 정과 같은 곳을 향하였다. 목적지는 그 문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으므로, 지금부터 그것을 통과해야 한다. 


"궐문闕門."


어떤 이들에겐 이 문을 넘는 것이 평생의 숙원이고 목적이기도 할 것이다.


"세간에서는 출세했다는 뜻으로 그 말을 쓰거든." 


정식 입단은 아직이므로 혹자들이 말하는 '금의문을 넘는' 일은 며칠 후가 되는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너무 깊이 고찰할 일은 못 되었다. 입단은 확정되었으며, 단원들의 처소는 궁내에 있고, 궁에서의 생활은 오늘부터 시작이니까. 


 


 


윤潤

2

 


 



금의문.

정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느 의미로든 스무 살에 넘은 관문이고 과제이다. 비록 그 스물에 정은 말단이었고 그것이 과연 성공이고 출세인가에 의문이 생길 만큼 고된 나날을 보냈지만, 어찌 되었든 나이와 근속 연수에 꼭 맞도록 차근차근 승진해왔다. 군일이 적어진 대신 품계와 직급만큼의 책임과 무게 또한 따라붙었다. 물론 부대를 책임지는 것은 정이 아닌 정의 상관이지만, 부관 중 하나로서 그를 잘 보필하고 중간 관리자 중 하나로서 그의 병사들을 돌보고 닦아 정돈하는 일은 어쨌든 정의 몫이었다.

당신이 매끄럽게 해둔 덕분이지, 이따금 독대할 때면 상관은 그렇게 공功을 조금 나눠주곤 했다.


"편하게 쉬고 싶다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겠나. 남자 처소는 저쪽일세."


새 상관에 대해서는 들려온 명성이 있다. 실제로 만나본 것은 처음이나, 능글능글한 웃음이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가볍게 허공을 가로 가르는 단장의 곰방대 끝을 따라 정은 수라간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수도 내 병사들의 합숙 환경이야 정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물론 병사들의 손길에 잘 관리된 것만을 보아왔지만.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정은 단장의 해산 신호를 기다렸다가 곧 바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설명받은 것처럼 남자 단원들의 숙소는 둘러보고 온 여자 단원들의 숙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에도 비와 걸레 따위가 차곡차곡 놓여 있다. 정은 그것들의 수가 충분한지 헤아린 뒤 잠시 심호흡을 하였다.


합숙…….


최근까지의 정이 어디의 무엇이었고 무슨 일을 하였든 지금은 별다르지 않은 평단원 중 하나이다. 당분간 독방을 쓸 일은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그것은 처소를 쓸고 닦는 일에 열외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조금의 각오도 필요하지 않은 일이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정은, 필요한 준비물을 집에 두고 올 만큼 어린 사람은 못되었다. 사실은, 모처럼 어깨 위의 것들을 내려놓은 느낌이 썩 반갑기도 하였다. 정은 스물의 자신이 숙소의 청소 작업을 반가워할 날이 올 것을 알았을지 조금 궁금해졌다. 그러나, 


앞으로 생활할 터전을 닦아 윤을 내는 일을 그 누가 마다할 수 있을까.

정은 곧장 모든 방의 문을 열어 환기부터 시작하였다.  ■








190106

숙소 배정 이벤트~ 가고 싶은 방을 선점하느라 허겁지겁 썼던 기억

설이와의 관록에서 다시 언급되는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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