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에 대하여
慣れたことに対し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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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1학년 매화반.
수리는 매화가 염화고의 1반을 의미하고, 반 이름은 꽃이 개화하는 순서대로 붙여졌음을 입학식 도중에 깨달았다. 사소한 발견이지만 썩 마음에 드는 규칙이었다. 임시반장이야 상정 범위 내의 일이었고. 쉬는 시간은 틈틈이 교탁 위에 놓인 출석부를 살피면서 보냈다. 이름 석 자와 사진 속의 얼굴, 실제 사람 사이에 눈길로 선을 이어가며 자리를 확인해보는, 학기 초에만 할 수 있는 작은 놀이였다. 매화반의 출석부는 ‘강’으로 시작하고 한 칸씩 내려가면, ‘김’, ‘김’, ‘김’……,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과 이야기하거나, 담임에게 불려가거나, 그러느라 보통 끝까지 가는 일 없이 끊어지곤 했다.
“책걸상이 조금 작아 보이네.”
그에게 말을 건 것은 ‘한’부터 시작해 ‘정’까지 거슬러 올라온 도중이었다.
정가윤.
사실 가윤은 입학 첫날부터 눈에 띄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일을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조회대 앞에 서 있었을 뿐. 수리도 그렇게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수리보다 한 뼘이 넘게 큰 신장의 여학생에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다음 순서인 입학생 선서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동안, 수리는 앞줄의 학생들이 가윤을 한 번쯤 힐끔거린 사실을 알았다. 조금 뚱해 보일 뿐 무심한 표정에서, 그가 그런 상황에 익숙한 사람임을 이해했다.
섣부르게도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다.
“익숙해.”
가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멀리에서 본 것만으로 알 수 있을 만큼 문제는 분명했다. 수리는 와르르 쏟아져있는 교과서들 너머로 몸을 돌려 책상 뒤를 살펴보았다. 책상은 ⑤, 잠시만, 확인해보면, 의자는 ⑥. 책걸상의 치수 체계를 면밀히 알진 못해도 가윤에게는 8호도 모자랄 것 같았다. 가윤은 그가 운동부이며 이 책걸상에 앉아있을 일이 많진 않다고 대답했지만, 그것이 괜찮다는 의미로 들리진 않았다.
“걱정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가윤의 눈길이 잠시 수리의 가슴께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수리야.”
머리카락이 명찰을 가리지 않도록 신경 쓴 보람이 있었다.
“아냐. 잠깐이라도 편하게 앉아야지.”
어차피 걱정이나 한 마디 건네고 지나가려던 것이 아니었다. 수리는 이미 출석부에서 외워 온 이름을 명찰에서 다시 확인했다.
“가윤.”
쓰여있는 것을 보고 읽은 것처럼, 발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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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번거롭게 했네.”
“아냐. 넌 몰랐으려나, 내가 임시반장이거든.”
임시방편으로 책상도 의자도 9호였던 자신의 책걸상과 바꿔줄 수도 있었겠지만, 수리는 일을 어중간하게 처리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대신 담임을 찾아가 책걸상을 보관하는 장소가 어딘지 물었고, 책걸상을 교체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도 확인했으며, 청소함에서 손걸레를 꺼내 들고 길을 나섰다. 매캐한 냄새가 나는 창고에서 12호 책상과 11호 의자를 찾아내 먼지를 닦고 가윤과 나누어 들고 왔다. 학교의 연식을 생각해보면, 멀쩡한 상태의 의자가 남아있어서 다행이었다.
“쓰던 책상은 다음 쉬는 시간에 갖다 두면 될 것 같아. 같이 갈게.”
사물함에 두었던 물티슈를 꺼내 내밀면서 말하자, 가윤이 잠시 수리를 바라보았다. 이번엔 명찰이 아닌 수리의 얼굴을.
“익숙해보이네, 이런 일.”
슥, 손 위의 물티슈가 한 장 뽑혀나갔다.
“그런가?”
수리는 길게 설명하는 대신 눈을 휘었다.
“그럴지도.”
수리도 물티슈를 한 장 뽑아들었다.
이런 일. 임시반장이니까, 라고 자연스럽게 둘러댔지만 좋은 핑계일 뿐이다. 청소 당번의 기분을 생각하면 사용한 걸레는 빨아다 널어놓게 되고, 혹시나 가윤처럼 자리가 불편한 사람이 더 있을지 모르니 칠판 한켠에 창고의 위치를 적게 된다. 그 밑에는 이름과 책걸상 호수를 적을 수 있도록 기다란 사각형도 그려놓았다. 이렇게 하면, 새 책걸상이 필요한 사람은 직접 창고에 내려가 의자를 바꿔오거나 교실 내에서 체격에 맞는 의자를 찾아 맞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좋아. 수리가 쉬는 시간을 조금 바쁘게 보낸 덕분에, 신경 쓰였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럭저럭 수리가 구상한 대로 풀린 것 같다. 가윤과 함께 물티슈로 책상을 훔치다가, 그 순조로움에 어느 순간 마음이 풀어졌다. 그때껏 조금 긴장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역시 이런 일에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새 학교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친근한 예감이 들었다.
“아, 선생님 오시네. 이만 가 볼게.”
“그래.”
가윤이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수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의자를 꺼내 앉는 대신 자연스럽게 그 앞에 멈춰 선다. 아까 확인한 것처럼 여전히 9호였다. 수리는, 편안하게 숨을 뱉는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
180228
가윤이 관록. 부제는 익숙한 것에 대하여~적 느낌으로 적고자 하였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