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기입니다.
기념일로 따지면 이보다 많이 헤아린 기념일도 많지 않네요.
내세를 기대하지 않으므로 저의 선배에 대한 생각은 주로 선배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쯤... 으로 흘러갑니다만 30대의 선배는 상상하기 영 어렵습니다. 20대의 선배는, 선배가 했던 "난 ~~까지 클 생각이야." "ㅇㅇ에서 ㅇㅇ를 전공할래." 같은 미래지향적인 말들을 기억하고 있어서 어떻게든 가늠이 되었지만요. 하지만 30대인 주변 분들을 보면 그냥 저랑 비슷하게 사는 것 같은데(아마 제 주변 분들이라서 그렇겠지만)... 그렇다면 선배도 저랑 비슷하게 살아있을까요. 하지만 저와 아주 비슷하게 살아있을 수는 없을 거예요. 제가 지금의 저로 살아있는 데에는 선배가 준 영향도 크니까요. 저는 가족 다음, 어쩌면 가족만큼 오랫동안 이 사람에게 삶의 일부를 소요하며 살아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무얼 하느라 여지껏 살아있는가에 대해 좋은 답은 없습니다. 생존의 정당성에 관하여 제가 받고 느끼는 고통은 15년 전이나,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완전히 잊을 수는 없으니까요. 3.1운동, 6.25전쟁이나 4.19혁명처럼 그냥 그 날에 일어나 제게 역사가 되어 익혀진 일이니까요. 제가 아직 살아있으니까요. 뭐, 아마 죽은 지인이 없었더라도 이 고민-왜 살까?-을 즐겨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상실감과는 달리, 이 회의감은 누군가가 짠~ 하고 선물해준 것이 아니니까요. 이건 제 것이고, 늘 저의 것이었으며, 저의 통증은 이미 습관 같은 것이기 때문에 더 긴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극적으로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게 저를 이루고 있어요. 아직 살아있는 저를. 하지만 15년이 흘렀네요. 벌써 15년이나.
그러므로 그 날의 일은 제게 일어난 일이 아니지만, 오늘은 저의 기념일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일기니까 아무 말이나 하며 끝마치도록 하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