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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4/D/M




0.


“그럼 지금은 솔로인가요?”


토리는 고개를 돌려 노아를 보았다.

다소 사적인 질문이었지만, 입가의 웃음기를 지워야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웃는 얼굴 그대로 핸드폰을 내려다본다. 유감스럽게도, 검은 화면 속의 토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평온한 얼굴이었다.


“그렇네요, 뭐."


그랬지. 케이트와 막 헤어지고 있었다.




1.


앞서,

역시 그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죽음을 기억한다는 것.

토리 헤더웨이 자신이 죽어가던 순간을, 기억한다는 것.


흔들림이 있었다.

진동.

태초에 어둠이 있었다---같은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날은 아주 온전하고 평범한 휴일이었다. 다섯 살, 선물받은 새 구두를 처음으로 신고 나온 날이었고, 흥이 난 꼬마 토리는 어머니와 맞잡은 손을 공중에 붕붕 흔들며 걸었다. 어머니도 모처럼의 쇼핑이 즐거웠는지, 백화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멜로디를 작게 흥얼거리며 걸음을 맞춰주었다. 딴, 딴딴, 딴 딴딴딴딴딴, 그러다 문득, 따-안, 구두 속으로 묘한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멈춰 선 토리가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갸우뚱,


그 찰나에 바로 모든 것이 일어났다.

사고는 갑작스러웠다.

안온하고 평화로운 줄만 알아왔던 토리의 밝고 어린 나날이, 발 밑부터 꺼져 혼돈 속으로 떨어졌다.


아주 어두웠고, 

남의 것 같은 통증이 있었다.

아마, 아니 분명히 비명소리가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을 테니까.




2.


"꺅--!"


다시 비명소리.


여전히 어두운 나날이었다.

토리가 서 있는 세계가 그렇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보다 서서히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배운 지도 수년이 흘렀다.


"춤은 안 추나봐?"

"노래 듣는 게 더 좋아서요."

"흠."


무대에서는 요즈음 부쩍 화제가 된 인디 밴드가 공연 중이었다. 클럽은 어두웠고, 핑크, 오렌지, 시안, 형형색색의 불빛이 무대와 플로어를 어지러이 비췄다. 음악에 맞춰 조명이 붕붕 흔들릴 때마다, 사람들의 뺨이 희게 번들거렸다. 쿵, 쿵, 낮게 울려퍼지는 베이스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ㅡ그건, 노력하지 않으면 듣기가 조금 어려웠다ㅡ토리는 플로어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를 골랐다. 보컬은 주로 커버곡을 불렀고, 모든 노래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토리가 들어본 자작곡도 한 두 곡 나왔다. 몇 곡의 노래가 바뀌는 동안 이런 저런 사람들이 테이블을 거쳐갔다. 몇 명과는 건배를 하거나 몇 마디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요즘 애들 같지 않네, 너는."

"요즘 애들이 좋아요?"

"글쎄……."


토리는 흘끔 그녀를 보았다.

어두운 탓에 그녀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고, 머리카락 색도, 눈의 색깔도 알아볼 수 없었다. 지금 그녀가 토리의 바로 옆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러느라 작은 귀걸이가 반짝였고, 모쪼록 토리와 춤을 추고 싶어서 말을 건 게 아니란 것 정도만을 알 뿐이다. 하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지 않아요?"


아마 시끄러운 탓에, 토리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것이다.

토리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손 위에 손을 가볍게 얹었다.


"그렇...네. 너 귀엽고. 이름은?"

"토리."

"케이트."


장소 탓인진 몰라도, 아주 자연스럽게 됐다.

 

"괜찮을 것 같죠? 하루쯤."

"괜찮은 것 같아. 하루라면."


아주 자연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화가 마음에 들었기에, 토리는 슬쩍 한 마디를 더 덧붙여보았다.


"남자친구 삼기에."

"……남자친구 삼기에."


이름모를, 아니 케이트, 일일 여자친구가 순순히 대답했다.


"그럼 키스할래요?"


토리는 웃었다.




3.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

먼 곳의 비명소리도 가까운 곳의 신음소리도, 그 누구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어버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듣고 있던 음악이 있었는데,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살아있는 것이, 아니 살아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다.


그 때 토리는 토리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죽었다고 믿었다.

온 몸이 어딘가에 깔려 으깨진 것 같았다 아니면 머리가 부서졌거나, 둘 다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무 것도 들을 수 없는 걸 보면 귀가 날아갔을지도. 토리는 토리가 똑바로 누워 있는지 바닥에 엎드려있는지 아직 떨어지는 중인지, 제대로 숨을 쉬고 있는지 맥박이 뛰고 있는지도 하나 알 수 없었다. 엄마? 아무도 없어요? 엄마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언제 놓쳐버린 걸까 떨어지면서? 아니면 아직 손을 잡고 있는데 토리가 그 손을 느끼지 못하게 된 걸까? 엄마? 하지만 토리는 울음을 터뜨리는 것마저 할 수 없었다……영겁같은 어둠이 토리를 짓눌렀다.


토리는 그저 그 모든 것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끝나기를, 전부 끝나기를, 모두 거짓말이기를, 나쁜 꿈을 꾸고 있을 뿐이라면 이제 그만 깨어나기를…….




4.


반짝,

눈꺼풀이 떨어지면서 눈 앞이 밝아졌다.


"…….아하하, 하하."


데이나가 어색한듯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토리도 그녀를 향해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 종소리가 울리진 않네."

"그렇지. 정각에만 울리니까 말이야."


시계탑의 이야기였다. 시계탑은 아카데미 안이라면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일종의 랜드마크였지만, 실제 탑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적었기 때문에 러브레터를 주고받거나, 캠퍼스 커플이 슬쩍 만나 입을 맞추기에 썩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

생기로 반짝이는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자니, 그녀가 올해 아카데미의 메이 퀸이었던 것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아마 그 전부터 많은 러브레터를 받아왔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불편하고 번거롭고, 어렵고, 수줍게, 무엇도 아닌 토리를 시계탑으로 불러내다니.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토리는 잠시 데이나를 기다렸다가, 가볍게 건드리듯 장난을 걸었다.


"그래도 괜찮아, 데이나?"

"응? 뭐가?"

"종소리가 울리지 않아도 괜찮은가 해서."

"무슨 말이야. 당연히 괜찮지."


데이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입을 맞출 때보다 그녀의 뺨이 훨씬 붉어져있다.


"있지. 나 너무 기쁘단 말이야. 전부터 계속, 토리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음, 고마워?"

"키스부터 해버렸지만 말이야. 아하하."

"……나는 괜찮았지만,"


순서……. 그런가,

토리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할까?"




5.


딴, 딴딴, 딴 딴딴딴딴딴,


다시 반들반들한 백화점의 바닥과 마주했을 때,

토리는 그 재난이 아직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조금 이상할지 모르지만 분명히 그랬다.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문득 의아한 눈으로 토리를 내려다보았다.


토리, 괜찮니?

그건 토리가 겁에 질려 갑자기 멈춰 서 버렸기 때문에.


엄마는, 그게 기억 안 나요?

엄마? 곧 이 세상이 무너져버려요. 우린 죽을 거예요. 전부. 깜깜해질 거예요. 너무 무서워서, 무서워할 시간도 없을 거예요. 아주 조용해질 거예요. 엄마는 목이 부러져 단숨에 죽어요. 엄말 놓쳤어요. 내 손은 으깨졌어요. 그리고, 으깨졌어요. 그리고, 또 으깨졌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하지만 꼬마 토리는 겨우 다섯 살이어서, 토리가 당했던 일을 표현할 말을 한 마디도 알지 못했다. 

그것보다, 그 일은 도대체 언제 일어난 거지?


딴?

토리가 꼭 눈을 감아버린 순간,


ㅡ아. 아. 


삐익, 하고 마이크가 잘못 부딪혀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나직한 한숨소리가 음악 대신 울려퍼졌다.


ㅡ하나, 하나, 마이크 테스트. 중앙수사국 특수요원 하이디 진입니다.

ㅡ긴급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수사국의 권한으로 백화점의 영업을 중지합니다. 점내에 계신 시민 및 임직원 여러분은 지금부터 30분 내에, 건물 밖으로 대피해주십시오. 계산하지 않은 물건은 전부 그대로 내려놓으시고, 이동해야 하는 사람이 많으니 가급적이면 비상계단을 이용하여 질서있게 이동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지금부터 30분 내에…….


기적이었다.

그리고 사실, 토리가 하이디 진과 한 건물 안에 있었던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녀의 이름을 알 뿐인 시절이 있었다.

매년 연하장을 쓰면서 그녀에게 감사와 동경을 전하던 시절을, 소중히 여길 뿐이었다.

사실 그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토리는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영영 잊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토리 혼자만이.




6.


"헤더웨이 군? 이 시간에 랩에 들리다니 의외네요."


그 시간이어야, 랩에 한 사람밖에 없었다.

토리는 가져온 라떼를 내려놓으면서 채 박사의 안색을 살폈다, 조금 지쳐보이는 것 외에는 평소와 같았다. 아니, 그마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점일지도.


"전에 주셨던 공연 티켓 답례하려고 들렀어요. 감사합니다."

"아하, 그런 일이 있었죠……. 별 것도 아닌데요. 고마워요."


그 자선 공연에는 케이트와 갔었다. 풋풋하다면 풋풋할 밴드 동아리의 합주와, 연극 동아리의 연극, 재미있다면 재미있을 캠퍼스의 축제, 맥주 한 잔……. 꼭 티켓을 쓸 필요는 없었겠지만 어쩐지 버리기도 쓸쓸했기 때문에, 놀러 가보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케이트에게 혹시 대학생이었냐는 질문을 받고 조금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아뇨, 같이 일하는 분이 공연 표를 주셨어요. 가르치는 학생들이 하는 공연이라고. 어머. 교수님하고 일해? 음, 교수님이려나요?


힐끔 모니터를 곁눈질해보면, 그 '교수님'은 한참 어떤 통계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시간까지 일하고 계셨어요?"

"브리핑 준비 조금? 루스와는 주말에 일하고 있어서요."

"주말에요? 하지만 치프의 방침은……."

"맞아요. 주말에는 쉬고 평일에 일한다. 본인에겐 별로 해당사항이 없지만."


묻자, 선하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토리는 그 제스쳐를 주의깊게 보았다.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을 전에도 본 기억이 있었다.

언제였냐면, 아마…….


"그럼 다른 랩 요원 분들도 늘 이런 통계들을 보고 계신 건가요?"

"숫자가 이상할 때는 이유가 있을 때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통계 외에도 참고하고 있는 건 여러 가지 있어요. 예를 들면 헤더웨이 군도 잘 알고 있을 SNS망이라든지……. 사막에서 바늘 찾는 심정일 때도 있지만, 가끔은 위치와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돼서 유용할 때가 있어서요. 우리 업무 자체는 랩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 그렇죠. 예쁜 이름이 있었는데……데이지? 아니, 달리아였죠?"

"맞아요. 기억하고 있네요?"


선하와 대화하며 천천히 랩을 둘러보던 토리가, 한 자리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

모니터의 네 모서리는 물론이고 키보드, 스탠드, 탁상달력, 책상 위의 눈 닿는 곳곳마다, 여러 색의 접착 메모지가 석화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분명 메모광의 자리인 모양이었다.

누구의 자리일까 조금 호기심이 생겼으므로 다가가 메모 중의 하나를 살짝 읽어보았다. 무언가의 차번호 같은 것이 또박또박 쓰여있었다. 메모의 내용이 의아했으므로 몇 개의 메모를 더 살펴보았다. 또 다른 메모에는,


금요일 오후: 선하 씨 자리에 없음. 긴급한 일이 있으면 기다리지 말고 메시지 보낼 것.

ABC피자, 00-0000-0000. 카드 가능. 하와이안 피자는 시키지 말 것.

아이크림, 오른쪽 첫번째 서랍. 잊지 말고 매일 바르기.

패스워드는 모니터에 메모하지 말 것.

되도록 일찍 퇴근하기(간곡하게 부탁받음).

…….


보통 이런 것까지 적어서 붙여두는 건가 싶어, 힐끔 선하와 메모지를 번갈아 보았다.


"여긴 누구 자린가요?"

"아, 거긴 노아 씨 자리예요."

"메모가 굉장히 많네요."

"그렇죠?"


선하가 또 한 번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7.


"아. 죄송합니다."


부주의했음을 탓한다.

지정석이 없는 장소에서는 앉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근무 시간에는 개인적인 통화마저 쭉 삼가왔다. 하다못해, 휴게실에 들어올 때 소파에 힐긋 눈길을 주기만 했더라도, 누가 앉아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그녀의 머리색은 눈에 띄니까 더더욱.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렇게 하지 못했고, 아마 그 실수 덕분에, 몇 번째일지 모를 연애가 끝나던 순간을 그녀와 공유하고 말았다. ……썩 유감스러운 실수였다.

토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않은 채로, 한 편으론 노아의 낌새를 살폈다. 흘끔. 해가 지기 전이었고, 휴게실의 커다란 창문을 통해 휴게실 깊숙히 햇볕이 들었다. 토리는 그녀의 머리색도 눈색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판별할 수 있다. 일단 화가 났거나 토리가 불편한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비록 그녀가 방금 들은 통화 내용에 대해 어떤 감상을 가졌을지는, 그것만으론 알 수 없지만.


"그럼 저랑 사귀어볼래요?"


…….

다행인 것은, 

아마도 언젠가 노아는 이 대화마저 잊어버리게 될 것이란 것이다.


“농담이에요.”

"아."


“이제 쉬었으니 다시 일하러 가야겠네요. 수고하세요.”


음.

무언가 놓치거나 실수한 것이 있는지 짚어보았다.

하지만, 이미 모든 상황은 토리가 선택하거나 결정하기 전에 끝나있었다.


"네, 선배."


토리는 가볍게 목례했다.

허리를 조금 구부려 몸을 내민 채로, 휴게실을 빠져나가는 노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곧 문이 닫혔다.




8.


그, 연애들.

썩 많은 연애들.


그것들은 늘 의미가 있었다. 

케이트를, 데이나를, 킴과 엘렌, 또 다른 여러 누군가를 만나 그녀들의 남자친구이길 거듭하는 동안, 토리는 그 모든 연애에 성실했다.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그 기억을 공유하고, 서로가 서로를 독점하기로 약속한 사이였다. 하지만 가끔은, 그 일련의 모든 것들이 그리 특별하지 않게 여겨지곤 했다. 물론 직업 특성상 보다 우선되어야 할 업무가 있었을 때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도. 몇 번은 그런 태도를 지적받거나 용서받기도 했지만, 누구도 토리를 끝까지 모른 척 해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럼에도, 토리도, 끝까지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의 케이트는 조금 울고 있었다.


…….


물론 노아의 농담에 일부러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었다. 토리는 플러팅에 익숙한 남자아이였고, 오히려 어쩌면, 노아가 소파에서 일어나기 전에 그럼 오늘부터 1일인가요? 하고 가볍게 받아칠 타이밍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제가 아닌 도미닉이었다면 더 능청맞게 해냈겠지. 하지만, 모쪼록 토리가 그렇게 해야할 이유는 없었다.


늘 그런 것만은 아니었지만, 연애의 끝은 보통 별 일이 아니었다.

곤란했던 순간은 곧 토리를 지나 천천히 흘러갔다.


토리는 토리치고 소파에 너무 오래 앉아있었음을 깨닫고 바로 몸을 일으켰다.

아무 것도 리플레이하지 않았는데, 어쩐지 조금 피로했다.




9.


그러니까,

결국은 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에 앞서,


죽음을 기억한다는 것.

토리 헤더웨이 자신이 죽어가던 순간을, 기억한다는 것.


그 기억으로 하여금

토리의 생은 이미 토리의 것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 생을 주고 간 사람은 이미 한 줌의 재가 된 지 오래였다.

그렇다보니, 언제나 토리에겐 토리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For Dear Memories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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