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놀란 표정이네요."
선하는 대부분의 음식에 관심이 없었다. 주말을 같이 보내려고 함께 장을 볼 때도, 만 이틀 동안 먹을 음식이나 필요한 식재료를 정하는 건 늘 란씽의 몫이었다. 먹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묻고는 있지만, 요리하기 힘들텐데 피자나 시키자는 대답이 열이면 열 돌아오곤 했다(물론 선하가 뭔가 먹고 싶어한다고 해서 다 만들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애초 그는 마트에 가면 손잡이 끝에 펭귄 인형이 달린 칫솔이나 어린이용 젓가락, 화려한 무늬의 종이 빨대 묶음 따위나 흘끔거리다 돌아오는 사람이었다).
"응. 선하는 요리 안 하잖아."
요리를 전담하고 있는 입장에선 주는 대로 먹어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는데.
"이 정도는 할 수 있죠. 요리랄 것도 없고."
"그럼?"
"조리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그런가?"
선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만 으쓱하고 말았다.
땡. 선하를 찾아 나왔을 때, 토스터기가 마침 구운 식빵을 뱉고 있었다. 이른 새벽이었고, 선하는 커피를 따르던 중이었고, 도울 일이 없냐고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차라리 오늘이 혹시 무슨 날이냐고 물어야했을까. 그러나 식탁에 이미 샐러드 접시와 포크가 가지런히 놓여있었으므로, 란씽은 더 묻는 대신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샐러드에서는 샐러드의 맛이, 토스트에서는 토스트의 맛이 났다. 선하는 커피를 마시며 잠시 맞은 편에 앉아있다가 아, 하고 몸을 일으켰었다.
"사실 그거, 샐러드에 뿌리려고 했는데."
그거.
그러니까, 플레인 요거트(아마 우유를 살 때 덤으로 붙어 온 것 같다),
"요거트를?"
를 란씽이 디저트로 먹고 있기까지의 사연이었다.
"그럴 걸? 드레싱으로. 잘 몰라요."
"음."
"괜찮을 거 같은데?"
"다음에 그렇게 해줄게, 샐러드."
"좋아요."
일어나자마자 계속 무언가 먹고 있었으므로, 란씽은 떠오른 물음도 음식과 함께 삼켜야 했다.
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일어났는지, 무얼 하고 있었는지, 무엇을 가리고 싶어 커피를 내리고, 커피를 내리느라 부엌을 둘러보고, 냉장고를 열어보고, 샐러드를 만들고 그 위에 요거트를 끼얹을 생각까지 하게 됐을지.
선하의 사연은 모른다.
빈 입으로도 묻는 일은 없겠지만, 그 새벽은 이제 지나간 듯했다.
"그보다, 란씽,"
"음?"
빤히 보고 있던 선하가 입을 열었다.
"흘렸네요. 옷에 묻었어요."
선하는, 정말로 음식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어떤 음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기념하는 날 같은 건 없었다.
"알아."
란씽이 대답했다.
Written by Appeal for U
좋은 날이었길 바라는 마음으로 좋은 나날에 대해
마지막 대화는 목요웹/툰 치/즈인/더트/랩의 (내 기준) 명대사에서 차용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