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의겸과는 닳도록 닿아보았다고 생각한다. 룸메이트였던 10년 전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까지 그와 교연이 같이 난 밤만도 수천을 넘었다. 섹스는 그 때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하는 것'이었고,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일종의 일과 같은 것으로 취급되곤 했다. 이상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는 건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으니까. 의겸과도 이야기한 적이 없으니까. 어렸으니까. 의겸은 늘 태연했으니까, 괜찮다고 했으니까, 결과적으로, 교연에게 도움이 되었으니까.
"교연아……."
그럼 천 번은 넘게 잤으려나.
그런데도 이건, 매번, 뭐라고 해야할까.
이렇게 자주 하지는 않았는데.
눈물로 시야가 흐렸지만 의겸이 웃고 있단 것은 알 수 있었다. 교연도 웃음 같은 소리를 토했다. 취기가 기분좋게 돌았고, 교연은 유독 의겸이 들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준비한 저녁 식사는 보편적으로 로맨틱했고, 두 사람은 세 번째 데이트를 즐기고 온 연인처럼 침대로 넘어졌다. 오디오는 CD의 같은 트랙을 몇 번이고 재생하고 있었다――몇 번째인지는 헤아리다가 곧 잊어버렸다. 교연은 뒤로 젖혀졌던 고개를 가누며 그의 흰 어깨를 고쳐 끌어안았다. 어깨 위로 짧은 숨이 떨어졌다. 교연아,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응, 하고 대답하자 말이 없었다. 그가 목에 입맞췄다. 잠시 아찔해져 눈을 감았다. 도로 열 여덟 살이 된 것 같았다…….
"있지, 교연아,"
음.
"응……?"
"그거 아니잖아."
뭔가 마음에 안 들었나 하고 다시 눈을 떠보면, 실은 의겸이 교연의 품에 안겨 있었다. 칭얼거림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어쩌면 그가 더 이상 웃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한 팔을 풀어 의겸의 등을 달래듯 쓰다듬어 본다. 미지근하게 식은 피부가 손끝에 티끌없이 미끄러졌을 뿐이었다.
"뭐가?"
"벌써 잊어버렸어?"
"그러니까 뭘……."
"너무한데,"
의겸이 조금 몸을 떼었다. 눈을 가늘게 뜬 채 교연을 올려다보는 얼굴이 묘하게 어려보였다.
"내 이름."
정말 낯설게도, 조금도 태연해보이지 않았다.
그가 초조해보이는 탓에 덩달아 뺨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교연은 천천히 입술을 벌렸다.
"의겸아."
그렇게 부르기로 했었지.
그가 유난히 즐거워보이는 것도, 들떠보이는 것도, 직접 요리를 해주는 것도, 자주 입맞추는 것도, 당연해야 할 출근을 아쉬워하거나, 조금도 당연하지 않다는 양 몸에 닿아오는 것도, 보기 드문 표정을 지으며 품에 기대오는 것도, 어느 때보다도, 심지어 열 아홉 살의 의겸보다도 어리광이 늘어버린 것마저,
전부 이 곳이 의겸의 도시이기 때문일까.
"사랑한다고도 해야지."
전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와인에 조금 취해있을지도 모르고, 어차피 의겸과는 속을 묻고 답하는 사이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사랑해, 의겸아."
낯선 도시에 누워있음을 핑계로, 아니면 반주로 마셨던 와인을 핑계로, 교연도 쓰지 않던 단어를 순순히 혀 위에 올려보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내밀 수도 있는 말이었는지, 말하기 전까지는 몰랐었다. 아마 조금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사실 두 사람이 오래된 연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의겸은, 울어버리는 대신 그 말을 접시째 입 안으로 삼켜버렸다.
러브인뉴욕 찍는(? 의연(???? @girltalk0903
이란 파격적인 리퀘에 힘입어 써보았음 따라서 장소적 배경은 뉴욕 현변네 아파트...지만
제목은 방금까지 듣고 있던 노래가 검치의 헐리우드라서 헐리우드ㅇㅅㅇ)/